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Mar 18. 2024

천천히 카페

오늘 읽은 책 : 내가 사랑한 책 - 스테파노 추피


작업을 하기 위해 카페를 검색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너무 웅성거리면 집중을 못할 것 같아 북카페 위주로 찾았다. 북카페는 책이 주인 곳이니까. 

멀지 않은 거리에 조용한 곳을 찾았다. 

'천천히 카페'라는 카페의 사진이 보였다. 카페 앞이 눈으로 덮여 있는 사진이었다.

이른 아침, 나는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사장님이 밝은 목소리로 맞아줬다.

제가 대답은 했지만 잘 안 들렸을 거예요.



사람들이 들어올 것 같아 2층으로 올라갔다. 많지 않은 좌석,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서 좋았다.

따닥따닥 붙은 테이블 사이로 이동하기도 힘든 카페가 있다. 그런 곳은 옆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도 그냥 들리는 곳이라 될 수 있으면 피한다.

이곳은 적어도 다른 이들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됐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보이던 사다리꼴 창문.

커피도 맛나고 최근 파주에서 작업할 것을 대비해 충전해 둔 파주페이도 사용가능했다.


이곳 북카페에 전시된 책들 중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북카페에 걸맞은 책, 제목도 <내가 사랑한 책>이다.


완전 책에 대한 헌정사로 이루어진 책이다.

읽는 내내 맞장구를 얼마나 쳤던가.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한 북카페에서 인생책을 만난 기분이다.


지갑에 돈은 없지만 서재에 책이 가득한 나를 위한 말 아닐까? 크흣.

책을 사면서 들었던 죄책감(?)을 이렇게 날릴 수 있었다.



열 살 때 나는 지독한 책벌레였다.
나는 책 표지에 있는 작가의 사진에 입을 맞추곤 했다.
나와 시간적,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작가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처럼 놀라운 것도 없었다.  -에리카 종


요즘 많이 드는 생각 중에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현생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직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이미 세상에 없는 작가라면 이렇게 활자화된 책이 남겨져 있어 그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


토머스 모어는 1535년에 활동한 법률가이자 사상가인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는 사회에 살았던 것 같다.

현재 사회에서도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의 지성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그 빈틈을 책이 메워준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인생의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일이다.


서머싯 몸이 전하는 말이다.



지금도 부모님께 감사한 것은 내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으로 키워주셨다는 것이다. 그런 습관은 대물림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역시 항상 책을 옆에 끼고 있다. (요즘엔 그 책들의 종류가 만화책이라는 것이 좀... 하...)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적으로 힘이 들 때 책에 빠지면 마음이 좀 나아진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보는 것도 살아가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

돈이 들지 않는 여행, 가난한 이들에게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는 여행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나를 말해준다는 것.

참 무섭고도 고독한 말이다. 내가 읽는 책에 따라 그때의 상황을 유추해 볼 수도 있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책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다. :)





이전 15화 감자아일랜드 노우즈 신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