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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21. 2024

뚱뚱하면 어때서?

뚱보 내 인생 - 미카엘 올리비에, 뚱 셰프가 돌아왔다 - 최은영

TV를 틀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말이 있었다. TV 속 화면에 예쁘게 잡히려면 많이 날씬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 화면에서조차 마른 사람들은 실제로 보면 더더더 말랐다고.

다이어트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지방을 만드는 음식을 피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 먹어본 음식보다 먹어볼 음식이 더 많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청소년소설 [뚱보 내 인생]은 한 마디로 뚱뚱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 책의 초판은 2004년에 나왔다. 이번 24년에 표지도 새로 바뀌고 현대에 맞는 어법과 단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주인공 벵자멩 프와레는 학교 건강검진에서 비만이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벵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뚱뚱한 모습의 벵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반바지를 입기 싫어하는 벵에게 입으라고 강요하는 체육선생님이나, 뚱뚱한 코미디언 이름을 부르며 놀리는 친구들 모두 그렇다.


춤추는 데는 취미가 없었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데서 귀를 찢는 리듬에 맞춰 애벌레처럼 몸을 흔들어 대는 게 재밌을 것 같지 않았다. p30


부모님에게 알려진 후 벵은 아빠의 새로운 부인(불륜녀)의 아는 박사에게 진찰을 받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색다른 점은 벵이 화자로 말을 하는 부분이 굉장히 위트 있다.  박사이지만 의사 자격증이 없는 박사라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박사에게 계속해서 진찰을 받는다.

의사 자격증이 없는데도 사람을 진찰할 수 있다니. 이건 그때는 가능했다는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감방행인데요. -_-a


잠들기 직전, 내 머릿속은 클레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꿈과 안심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이 주인공을 맡은 꿈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빈 속에선 꼬르륵꼬르륵 물 흐르는 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들렸다.


벵은 친하게 지내던 클레르의 편지를 받고 사랑을 고백한 답장과 꽃을 배달한다. 그 후로 클레르는 우정을 쌓자고 말하고 벵은 삐뚤어진다.

정말 삐뚤어진다. 더 많이 먹고, 열심히 하던 공부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학교 출석마저 하지 않은 벵은 사유서를 받아 사인을 위조해 제출하기도 한다. 결국 엄마에게 들킨 벵은 엄마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역시 대화가 최고다.


할머니에겐 '너무 많이 먹는다'라는 걸 생각할 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무슨 요리를 하든, 푸짐했다.


우리 할머니들은 그랬다.

매번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한다. 지난번 봤을 때보다 더 찌거나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래는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다. 이렇게 먹으면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없다.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내미는 밥상




벵은 소피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며 클레르에게 어떻게 대하면 되는지를 교육(?) 받는다.

개학을 하고 벵은 아줌마의 말대로 해본다. 다시 예전처럼 지내게 되는 벵과 클레르. 둘 사이에 끼어 있는 소냐까지 3명은 친하게 어울린다.

벵의 집에서 셋과 에릭은 함께 파티를 연다. 더욱 가까워진 벵과 클레르는 같은 반 친구의 파티에 가 키스를 나누게 된다.

벵은 깨닫는다. 최고의 다이어트는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말한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고, 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솟아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무 꼭대기를 살살 흔들어 대는 미풍, 보이지 않는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 나뭇가지들 사이로 어리는 빛과 그림자, 잠든 아기를 어르고 있는 엄마의 속삭임, 햇빛 속을 날아다니는 봄의 첫 하루살이도, 연못에 비치는 구름그림자, 가로수 길 포석 위의 내 발자국 소리 p108


사랑에 빠지면 소리마저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은 살을 성공적으로 뺀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희망을 준다.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 주위의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그래서 이 소설이 좋았다.


다음 책은 소설가 최은영과 동명이인 동화작가 최은영의 [뚱 셰프가 돌아왔다]로 초등학교 3학년인 다율이가 주인공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일곱 살부터 시작한 요리실력이 좋다. 

앞의 책 [뚱보의 인생]의 벵도 요리실력이 좋다고 친구들이 칭찬했다. 

요리젬병인 나로서는 벵과 다율이의 식구들이 부러웠다.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요리사 복장이다. 

또한 먹는 것도 참 좋아하는 다율이는 매일 '뚱 세프 방'에 음식에 대한 글을 올린다.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 사진을 올리고 뚱 셰프의 시식평도 함께 말이다. 



자신의 살은 그냥 살이 아니라 '뚱 셰프의 마크'라고 하는 다율이의 능청스러움이 이야기 속 군데군데 묻어난다. 팔뚝에 그려진 눈사람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한다. 가족들 역시 맞장구를 쳐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율은 친구와 함께 요리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요리학원을 다니며 음식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다율이는 방과 후 수업, 요리 교실에도 등록하여 꿈을 불태우고 있었다.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진 다율의 모습을 찍은 친구가 단톡에 올리고 친구들은 댓글을 달며 조롱한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에 상처를 받은 다율은 살을 빼려고 한다. 

그때 몸집이 컸지만 반년 만에 살을 뺀 앞집 형인 '이수'를 만난다. 이수는 수칙을 알려주며 당장 엘리베이터는 금지, 계단으로 걸어 다녀보라고 권한다. 



우리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계단으로 내려간다. 살을 빼겠다고. 그리고 너무 늦지 않을 때는 올라올 때도 걸어 올라온다. 날씨가 꽤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길래 물어보니 계단으로 올라왔다고.

그 정성이 있어서인지, 체중이 조금 줄었다. 굉장히 조금. ㅋㅋ.


날씬한 셰프가 되겠다고 다짐한 다율은 밥그릇의 밥을 덜어내고, 줄넘기를 한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족발 먹으라는 누나의 부름에 흔들린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렸던 사진을 저장하고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보기로 한다. 

어리지만 굉장히 뚝심이 있는 친구다. 나도 배우고 싶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수칙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놀림감이 되지 않기 위한 수칙으로 변질된다. 

열심히 뛰고 있는 다율에게 휴대폰을 들이대는 아이들이 너무 악랄했다. 어린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기엔 다율이의 상처가 너무 컸다. 

요리대회도 나가지 않겠다는 다율이. 읽으면서 참 짠했다.


무리해서 식사량을 줄이고 줄넘기를 5백 개를 하던 다율은 결국 링거를 맞는다. 그래도 이수의 방법을 고수하는 다율이. 운동을 하던 중 이수형을 만난다.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수형의 말에 실망하지만 다율은 먹고 운동하면서 살을 빼기로 한다.

같이 요리대회를 준비했던 진호가 자신을 놀렸던 혁우와 요리대회를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율은 다시 마음을 바꾸고 진호, 혁우와 함께 대회를 나가기로 한다. 



혁우는 다율에게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셋은 열심히 요리 연습을 한다. 

만든 요리를 함께 먹고, 이수형에게도 가져다준다. 

이야기 방에 함께 요리를 한 사진을 올리자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고 엄마의 분식점에서 요리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두 책 모두 뚱뚱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다이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매력적인 몸으로 변신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단순히 외모의 변화가 아닌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동화책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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