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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28. 2024

동물이랑 사람이랑

그냥 씨의 동물직업상담소-안미란, 명탐정오드리 예감은 꼬리에서부터-정은숙


저학년동화를 읽다 보면 의인화 동화가 꽤 많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동물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 중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면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글 중 너구리를 소재로 한 동화도 있듯이 (동화에서 만난 너구리 ) 다양한 동물들이 동화에 등장한다. 

이번 연재글은 그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두 편 골랐다.


첫 번째 동화는 안미란 작가의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는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23년 6월에 발간된 책으로 작가의 가장 최근작이 되겠다. 

워낙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동화를 많이 썼던 작가이고 동물을 캐릭터로 잡은 동화가 많은데 전에 읽었던 [너 먼저 울지 마]라는 작품도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냥 씨는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직업상담소를 운영하는 투잡을 뛰는 고양이이다.  찾아오는 동물들의 직업도 찾아주고, 살 집도 구해준다. 예전 영화로 봤던 '홍반장'같은 캐릭터. 


직업을 구하는 동물은 대개 오래전부터 인간과 어울려 살아왔다. 직업 세계도 점점 다양해져서 가정집뿐 아니라 병원, 학교, 경찰서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p8


다양한 동물들이 상담소를 찾는다. 북극곰 폴라스키는 키즈 카페가 면접을 본다. 하지만 해고당하고 냉동창고에 재취업을 시킨다. 

쿠마짱이라는 곰도 카페를 찾는다. 그냥 씨는 편의점에 데려가 면접을 보게 하고 이 역시 금방 해고된다. 

쉽게 사람을 자르고, 또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용직의 애환을 그렸다. 어쩌면 사람들의 세계를 꼬집는 동화인지도 모르겠다. 



비둘기의 발은 아름다운 분홍이다. 하지만 그들의 발은 멀쩡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비닭이의 왼발은 끝이 뭉툭하다. 그의 아내도 발이 모지라지긴 마찬가지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비둘기의 삶이 어떤지는 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p30


비둘기 부부는 집을 소개해달라며 그냥 씨를 찾아온다. 알을 낳을 아내를 위한 집을 말이다. 한 집의 베란다에 터를 잡아주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새들도 그냥 씨를 찾는다. 

현실에서와는 다르게 그냥 씨의 가게는 부동산 업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황조롱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커다랗고 둥글게 빙빙 돌았다. 어느 때는 양 날개를 펼치고 그대로 공중에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작가가 표현한 동물의 행동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는 장면이었다. 소문을 듣고 온 매와 헷갈릴만한 외모를 가진 황조롱이 부부의 집도 알아봐 준다. 



때마침 개구리들이 요란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볏잎은 이들이들, 바람 속에 물기가 가득했다. p74



고양이 그냥 씨가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처음엔 저학년 동화로 읽었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생각을 했는데 주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회색빛 삽화가 더욱더 그냥 씨의 존재를 더 부각시켰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처럼. 



어느 벽 속에 혼자 남겨진 너구리를 키우기로 하는 쿠마짱. 부모들이 모두 하늘나라로 떠난 후 가족을 잃은 너구리를 누군가 함께 해줬으면 했는데 가족이 생겼다. 


도시생활안내자로서 나는 너구리에게 친절했다. 이따금 그들에게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나의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을 나누었다.


이게 공동체 생활이 아닐까? 

각자의 삶,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는 요즘,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애틋해졌다.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씨를 만나 좀 더 예쁜 세상이 된 것을 환영하며. 


다음 책은 [명탐견 오드리 예감은 꼬리에서부터]라는 정은숙 작가의 시리즈 물로 오드리의 세 번째 동화이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의 냄새를 맡아 해결하고파 하는 오드리. 



동화 중간중간에 오드리가 속담을 얘기할 때가 있다. '그림의 떡'을 '그림의 빵'이라고 한다던가, '식은 죽 먹기'를 '식은 떡 먹기'라고 한다. 책 맨 뒷장에 '강아지의 말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코너에 왜 이런 속담들이 실려 있는지 표기해 놨다. 


호기심도 많은 강아지의 특성을 잘 살린 동화다. 책도 보고 글도 아는 똑똑한 반려견이다. 숫자도 1,2,3,4까지 셀 수 있다. 전부는 모르지만 자동차 번호판을 기억하는데 한몫을 한다. 




동화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세훈이네 가족이 갑자기 사라지고 자전거를 버럭할아버지가 가져가버리자, 세훈이를 찾아 나서려는 오드리의 활약이 시작된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아니 앞발에 힘을 주고 첫걸음을 뗐어. 조마조마하게 앞으로 가다가 그만 아래를 보고 말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괴물 같았어. 


쌍둥이처럼 똑같은 건물구조로 된 집에서 옆집으로 옮겨갈 때 오드리는 폴짝폴짝 뛰어 넘어간다. 이런 구조라면 범죄에 취약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의심을 하며. 

버럭쟁이 할아버지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던 츤데레 할아버지의 집에 새로운 강아지, '초롱이'가 함께 살게 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따뜻하다는 말을 들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빠의 차를 누군가 부수고 도망갔다. 도망가기 전 오드리가 운동화를 물어뜯었는데 그 증거를 찾아 해결을 한다. 아이들과 김밥을 먹으면서 그 범인의 향기를 맡게 되는 오드리. 

CCTV가 없으면 오리발을 내밀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걸 알고 더 오리발을 내미는 범인. 

그럴 때는 현장검거가 제일이다. 뛰는 오드리를 따라 함께 뛰는 가족들. 


이 밤중에 누가 나를 따라오는 걸까? 떠돌이 개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서웠어. 다리도 후들거렸지. 하지만 범인 잡기를 앞두고 이깟 두려움에 질 수야 없지!


음주운전을 하며 뺑소니까지 치려했던 범인을 잡는다. 

아무렴, 이 범인은 꼭 잡아야 한다. 술냄새를 풍기며 운전대를 잡다니. 이런 사람은 절대 면허증을 주면 안 되는 데 말이다. 오드리야, 정말 잘했어!



마지막 에피소드는 오드리와 가족, 친구들이 시골에 가서 생기는 이야기다. 마을에 취재를 온 피디 아저씨가 자꾸 거짓말을 하고 수상한 행동을 하자, 해결사 오드리가 나선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오드리의 명 속담은 계속된다. '입은 비뚤어져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오드리. 먹고 나서 기운이 난 오드리는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폐교까지 달려간 오드리는 한 교실만 자물쇠가 달린 게 수상하다 생각하고 그 교실에 잠입한다. 문화재를 훔치는 도둑이었던 피디아저씨는 경찰에게 잡힌다. 


동화가 좋은 이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보상을 받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 된통 당하는 권선징악의 표본을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나쁜 짓을 해도 돈이 많으면 잘 포장되어 언론에 나오고 죄를 받지 않는다. 착하게 살아도 호구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사회에 살아가다 숨이 막히면 동화를 한 번 읽어보자. 

유치할 것 같지만, 의외로 통쾌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함께 동화를 읽어보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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