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디 - 꼬마 너구리 요요
동물을 소재로 한 동화는 무수히 많다.
여우(책 먹는 여우 - 프란치스카 비어만, 여우의 전화박스 - 도다 가즈), 돼지(네모 돼지 - 김태호, 내복돼지 - 최정아), 고양이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강아지 (건방진 도도군 - 강정연) 등은 유명한 동화다.
꽤 많은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동화가 나올 때 아주 귀여운 캐릭터로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나타났다.
바로 너구리를 주인공으로 한 이반디 작가의 <꼬마 너구리 요요>다.
<꼬마 너구리 삼총사>로 제1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화부문을 수상했다. 그 후로 너구리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집을 냈다.
<꼬마 너구리 요요>는 2018년 발표를 한 작품으로 3편의 단편 동화를 모은 동화집이다.
이반디 작가의 특유의 청아하고 아기자기한 문체가 눈길을 끈다.
워낙 동화가 아름다워서 그냥 읽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런 동화.
책에 실린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커다란 글씨와 귀여운 그림이 잘 맞아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가 더 잘할게]라는 작품은 요요의 집에 나타난 아기 늑대 후우의 사랑을 독차지하고픈 요요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후우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한 흰곰 포실이에게 더 관심을 가지자, 요요는 괜히 질투를 하고 상처를 받는다. 후우가 떠난 후에 요요는 눈물을 흘리지만 친구들과 놀며 후우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반디 작가의 글들을 소리 내서 읽으면 입 안에서 단어들이 서로 어우러져 잘 논다.
노란 복숭아 같은 달이 대낮처럼 환하게 숲을 비추고 있었어요.
사방에서 키득키득, 속살속살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휘의 선택이 남다르다. 아이들이 읽었을 때 따라 하기 좋은 말, 글로 표현했다.
<누가 올까?>라는 작품을 읽고 필사를 했었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 따라 하고픈 마음에서 그리했는데 문체는 따라 하고 싶어도 그 작가만의 특징 또 더 어우러져 색을 나타낸 거라 쉽게 물들지 않았다. 많이 쓰고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고.
[새해]라는 작품은 '새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이가 생각해 봄직한 내용이었다.
새해가 온다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자, 요요는 도대체 '새해'가 누군지 궁금해한다. 새해 때문에 모두가 바쁜 상황에 요요는 새해에게 인사할 준비를 한다.
동화 속에 나오는 동물들이 바라는 소원이 꽤 흥미롭다. 어른의 시선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꿈꾸고 설레한다. 새해는 언제나 오니까.
새해는 언제나 꼭 오지.
엄마는 겨울이 무섭다고 하지만, 요요는 새해가 오니까 추운 겨울을 즐겁게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밤, 함박눈이 폭폭 내리는 고요한 세상에서 요요는 새해를 기다리며 잠이 든다.
[정어리 아홉 마리]는 산쥐 왕의 축하파티에 초대된 동물들의 이야기다.
붉은 산쥐가 왕으로 등장하는 이 동화는 또 색다르다. 전혀 편견 없는 이야기.
파티의 이유는 산쥐 왕자가 더하기를 배웠기 때문에 왕이 왕자를 자랑하고픈 자리를 만든 것이다.
모인 동물들이 한 번씩 투덜대는 장면이 나온다. 쓸모없는 선물이라고도 하고, 이름 가지고도 놀린다. 또 정어리가 산딸기 정어리여서 실망한다. 그럴 때마다 산쥐 왕은 이럴 수도 있지, 저럴 수도 있지라며 달래준다.
손가락이 모자라 다 셀 수 없게 되자, 요요가 옆에서 살짝 도와준다. 귀엽고도 귀여운 장면이 등장한다.
2021년이 되어 작가는 <꼬마 너구리 요요 2> 동화집을 발표한다.
1권과 마찬가지로 3편의 동화가 실렸다.
등장인물은 1권과 동일하다.
그림체가 살짝 바뀐 것 같다. 1권이 색연필이라면 2권은 펜화로 그린 그림. 1권이 퐁상퐁상이라면 2권은 또렷한 그림체.
이 책의 첫 작품 [나는야 너구리]는 장식품 가게에 물건을 깨뜨리면서 포실이가 가게에 인질(?)로 잡히고 요요가 집에 다녀오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요요는 기다릴 포실이를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도 마다하고, 간식도 거절한다. 더운 날 열심히 뛰던 요요는 쓰러지고 생쥐의 보살핌을 받아 다시 일어나 포실이에게 간다.
배신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가는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동심이 맑고 깨끗한 면만 있는 게 아니니까. 아이라서 악한 모습도 있을 테니까. '나를 믿는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표제작인 [다 함께 딴딴딴]은 파란 너구리 보보가 등장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몸이 파란색이 된 보보는 요요 엄마의 돌봄을 받는다. 말은 없지만 보보의 마음은 따뜻해진 모양이다.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보보의 발이 갈색으로 변하게 되고 자신의 음식도 보보에게 주는 엄마를 보며 요요는 심통을 부린다.
보보의 몸도 갈색으로 변하지만 얼굴은 변하지 않자 바람씨를 찾아간다. 바람씨는 건반을, 보보는 북을 치고, 요요는 발을 구르며 손뼉을 친다.
보보는 울음을 터트려 눈물을 흘리면서 얼굴이 다시 갈색으로 변해간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채 아무런 감정표현 없이 지내던 보보가 북을 치면서 응어리가 터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게 된 요요는 용기를 내어 보보를 토닥여주는데 참 예뻤다.
마지막 작품인 [싫어하면 어때]는 싫다, 아니다는 말을 못 하는 너구리 아가씨의 이야기다.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 들어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린 것처럼 모두 그러마 하고 수락한다. 보통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나자빠지게 된다. 주위에도 많이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도저히 힘이 들어 싫다!라고 소리친 순간 아가씨는 나를 주인공으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행하고 천문학을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하면서.
아이들에게 하고픈 말을 포실이가 한다.
모든 애들이랑 놀 필요는 없겠지?
모든 애들이랑 친해질 필요가 없다. 나를 친구로 생각을 하고 함부로 하지 않는 친구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내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과 친해지면 된다.
이것 또한 성인에게도 해당된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필요가 없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을 얇디얇은 동화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꼬마 너구리 요요 3 도 출간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