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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pr 04. 2024

재난을 대하는 자세

뛰어! - 황지영, 일 년 전 로드 뷰 - 전성현


우연히 같은 기간에 읽은 책들이 모두 재난에 관련된 책이었다.

해일로 인해 마을이 물속으로 잠기게 되는 이야기와 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무너지는 이야기. 이 두 이야기는 모두 주인공이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

우연히 고른 두 책이 주제도 재난인데, 두 책 모두 표지가 파란색이라 혼자 피식 웃으며 책을 읽었다.

나의 책 고르는 실력(?)을 칭찬하며. :)



황지영의 [뛰어!]는 해일로 인해 마을이 물에 잠기고 할머니를 잃은 마로의 이야기다.

저지대에 살고 있는 마로는 정부에서 이사를 가라고 하지만 이사를 가지 못한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떠나지만  할머니는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태풍이 오고 마을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할머니와 마로는 짐을 싸 뛰어나간다. 그러다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마로에게 맡긴 채 할머니는 물속으로 사라진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이는 넘어져 달리지를 못하자, 마로는 아이를 두고 뛰어간다. 다시 되돌아온 마로는 아이를 업고 뛰다가 사람들을 향해 도와달라고 외치고 한 남자가 아이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굉장히 급격하게 상황은 뒤바뀐다.

사람들이 물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자동차나 건물들은 물에 잠긴다.


길 오른편에서 쇠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커다란 건물 지붕이 바람에 들썩이고 있었다. 들썩 또 들썩. 그러더니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을 내며 지붕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붕은 순식간에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p46


아이를 업고 뛰던 아저씨도 아이를 내려놓고 혼자 달려가 버린다.

그러다 간판이 하천을 타고 도로를 향해 휩쓸려 오고 그 아저씨는 물에서 허우적거린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손을 뻗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다행히 잔소리 쟁이 아줌마를 만나고 아이를 업은 아줌마와 마로는 뛰기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에 굉장히 급격한 상황을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휩쓸려 간 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다. 대피장소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른 대피소로 가야 할 사람들까지 수용하는 바람에 먹을 것이 부족해질지도 모르는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더 많은 음식을 바랐다.






그 모습을 본 마로는 줄에서 나와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는 항상 그랬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 한다고.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그런데 할머니는 다른 사람을 돕다가 정작 자신은 물에 휩쓸렸다. 나만 남겨 두고.


실상과 이론은 다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배가 곯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치면 과연 그렇게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황은 악화되고 마로의 할머니는 계속 '실종'이라는 표시로 전광판에 나타난다.

구조 순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로는 자신이 할머니를 구조하겠다고 하는 찰나, 방송에서 의인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곤 하는 장면이다. 교차로에서 과일이 모두 떨어져 그것을 빠르게 줍는 다른 운전자들, 그리고 정리된 후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 그걸 우린 '한국인의 피'라고 부른다.

사람들을 구하고 떠내려가다 난간에 걸린 듯한 상태의 할머니를 보고 마로는 자신이 구해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재난구조시스템은 전국을 생각한다. 전 국민을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리려고 한다. 빨리 구할 수 있는 사람, 살 확률이 높은 사람을 구한다. 다 맞는 말 같다. p89


하지만 나에게는 할머니뿐이다.

마로는 할머니를 찾아 대피소를 나오고, 친구 진수도 함께 나온다. 그리고 그 뒤를 또 아줌마가 따라나섰다. 셋은 할머니를 찾기 위해 해안 도로 쪽으로 내려갔다. 할머니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쯤, 아줌마가 나지막이 마로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한다.

기후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집단이기주의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내치는 모습이 현실과 다르지 않음이 씁쓸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니 뒤표지에 책의 판매수익금 일부를 아동학대 예방 사업에 쓰인다고 쓰여 있었다.

이런 책은 더 많이 팔려야 할 텐데.






다음 책은 전성현의 [일 년 전 로드뷰]라는 책으로 지진에 대한 재난을 다뤘다.

수아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 급식실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모두 듣기가 힘들어 혼자 조회대 옆 계단에 앉아 밥을 먹곤 한다.

사고가 있은 후 소라읍에 살다 전학 온 아이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가족을 잃거나 몸을 다치고 난 후 하고 싶은 축구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 년 전 사고를 함께 겪은 아이들은 소라읍으로 버스를 타고 가보자고 마음먹는다.




계속되는 그리움에 힘들고 싶지도 않고, 자신이 살던 집에 못 가 본 아쉬움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 일을 시작으로 조금씩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개교기념일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아이들은 영화를 보러 갔다. 그곳에서 땅의 울림을 느끼고 모든 것이 주저앉음을 경험한다.

일 년 만에 오게 된 동네는 잡초들이 무성하고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아이들은 당황한다.

이 동화는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일 년 전 사고를 번갈아가며 등장시킨다. 아이들이 다시 그 동네로 들어가 걸어가는 동안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구조로 그려졌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이 멀리서 '펑'소리가 들렸다.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많은 사람의 인기척마저 사라졌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람들은 침묵했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p49


전화도 연결되지 않고 스피커를 통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겨우 구조가 되었지만 다시 만나지 못하는 가족도 생겼다.


                   


사실 지진이라는 재해는 겪어보질 못했다. 뉴스로 들은 이웃나라의 지진 소식, 그리고 최근의 다른 지역에서 발발된 지진.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축구를 좋아하던 태우는 친구들과 더 이상 축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지도 않는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의아했다. 지진이 있던 날, 화상을 입은 태우는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또다시 지진이 일어나면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려고 한다고 했다.

지진이 나면 자동차도, 지하철이고 모든 게 멈춘다. 오로지 자전거만이 멀리 달릴 수 있으니까. 아이들의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또 한 아이는 잘 때 잠옷을 입지 않는다고 했다. 외출복을 입고 자는 이유, 바로 지진 나면 바로 도망가려는 것이다.


쩔뚝이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문을 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괴물은 꽉 다문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 쾅쾅 문을 두드렸다. 밖에서 누군가 열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어 주지도 않았다.


지진이 난 날을 괴물과 함께 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괴물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사랑하는 가족마저 데려가버렸다.

아이들의 슬픔은 상상 이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고자 한다.

재해를 겪은 아이들은 일 년 후 그곳을 찾아 그 거리를 다니면서 일 년 전의 로드뷰를 보게 된다. 모든 것이 망가진 현실과는 다른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지고 기억에 잠긴다.

그곳에서 찾은 고양이를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감당하기 공포를 겪었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게 되는 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 작가의 작품이 좋은 이유는 정말 현실적인 감성이 보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동화 속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일어나더라도 방안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재난은 안 겪는 게 제일 좋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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