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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Feb 18. 2022

희망이 보이는 건물주의 여유

- 순례주택, 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내가 해야 할 공부가 아직은 많지 않아서인지 책을 읽을 시간이 좀 생겼다.

예스24북클럽,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를 이용해 전자책을 이것저것 추가해서 첫 장을 읽어본 후 재미있으면 그 자리에서 쭈욱 끝까지 읽었고, 별로다 싶으면 과감히 덮어버렸다.

아이들 도서를 대여하거나 반납하러 갈 때 종합자료실에서 내 책을 골라보는 것도 아주 신나는 일이다.

여러 책들을 펼쳐 볼 기회가 되었고 최근 재미있는 소설 3편을 읽었다.



그 중 제일 먼저 읽은 건 불편한 편의점.

밀리의 서재에서 지금도 1위를 하고 있는 소설이고 계속해서 상위권에 랭킹되어 있던 책이다.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이 책을 읽은 이들도 생각지 못한 반전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리디북스에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구입했는데 밀리의 서재에 또 있었다.

이런 이런.

괜찮아, 책은 간직해도 괜찮아.

하며 이중출금된 계좌를 보며 나를 위로했다.


화이트 크레마그랑데, 일명 화랑데.

최근에 이북 리더기로 그랑데를 하나 더 구입했다.

기존에 쓰던 교보 샘은  이상 지원을 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패드프로 2세대는 펜도 있어 좋으나 너무 커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었고 아이패드미니 초기버전은 작지만 설치되는 앱들이 한계가 있어  지 않 되었다.

(이것은 그랑데를 구입하기 위한 핑계일뿐. )

전자책을 많이 읽어서 구입했느냐? 아니다. 그냥 구입하면 많이 읽을 것 같아서였다.

역시, 꽤 많이 읽게 되었다.


불편한 편의점 역시 이 리더기로 읽었다.

나도 책 속에 등장하는 편의점 할머니가 되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고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세입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안해도 될 것 같다.

나보다 힘든 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고 늙었을 때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해도 되는 당당한 늙은이가 되는 것. 내 미래.

그래도 노숙자를 쉽게 알바생으로 뽑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한다면 고민을 해볼 문제이다만.

내 그릇은 그리 크지 않나보다.

참참참. (이 소설을 읽으면 알게 되는 마법의 단어)



다음으로 읽은 책은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인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라는 책.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인터넷서점이었는데 전자책 발간 후 반응이 좋아 종이책으로 출판한다는 책이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사람들이 환호했을까? 하며 밀리의 서재를 찾아봤더니 두둥!

다행이다. 이번엔 이중으로 구입하지 않았다.


내 꿈은 책방주인이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주인장과 함께 어우러져 다 함께 책을 읽는 손님들.

창 밖에는 잔잔한 햇살이 비치고 서점 안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요런 책방. 갖고 싶다.


휴남동서점에 그런 향기가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책방을 열고 싶은 뽐뿌가 마악, 올라왔다.

살짝 남편에게 말을 해봤더니, 이 시기에(코로나 시기에), 겁도 없이(영업시간도 제한이 걸리는 마당에), 월세를 낼 수 있는 어느 정도 자본금도 없이( 대출도 안되는 것이) 무슨 자영업을 한다고 하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어서 그냥 입꾹 하기로.


영롱한 빛 반사. 아이패드프로

밀리의 서재로 나온 책들은 편집이 꽤 괜찮게 되어 있다.

아이패드로 보나, 휴대폰으로 보나, 리더기로 보나 눈이 편하다.

예스24는 리더기로 보는 것이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고.


주인공은 회사를 관두고 돈을 모아 건물을 사서 서점을 열었다.

커피를 내릴 알바생을 뽑았고 굉장히 괜찮은 보수를 준다.

여기서도 주인공이 건물주였으니 여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의 서점주인은 다른 두 책의 주인공과는 다르게 젊다.

아픈 상처도 있고 돈도 있고 주위에 사람들도 있다.

내가 꿈꾸고 있는 책방의 모습을 이 책에서 그대로 재연했다.

커피향이 나고 책을 마음껏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며, 책방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된다. (뜨개질을 하며)

좋아하는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도 연다.

더할 나위없이 갖고 싶은 책방의 그림이다.

다 읽은 후에도 계속 책을 끝내고 싶지 않은, 덮고 싶지 않고 홈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순례주택.

전자책으로는 발간된 것이 없어 리디북스에 요청을 해둔 상태이다.

하나 남은 상호대차로 도서관에서 겨우 빌린 책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죄다 빌려갔을까? 얼마나 재미있길래 모든 책들이 다 예약되어 있을까?


이 책에도 건물주가 등장한다.

순례씨.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임대료와 보증금을 받는 할머니.

그 빌라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는 줄긋기 식의 이기적인 사람들 모습도 나온다.


빌라촌과 아파트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줄긋기.

청소를 하거나,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러다 된통 당하기도 하고.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낡아있었다. 인기가 높은 도서.

어릴 때 기질이 남다른 언니덕분에 부모랑 살지 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게 되는 아이.

그 아이가 순례씨의 최측근이다.

어쩌면 강력한 빽이 있지만 그걸 따로 표시를 하거나 하진 않는다.

치솟는 아파트값을 보란듯이 자랑하며 살다가 그 아파트를 쥐어준 엄마의 아버지가 당한 사기로 인해 그 아파트에서 내쫓기게 된다.

자신의 힘으론 살아가질 못하는 아이의 아빠가 가장 한심해 보였다.

빌라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자신의 가족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꿔 놓는다.

라면과 과일들이 떨어지지 않는 옥탑이 이 이기적인 가족들로 인해 점령당하면서 어떻게든 예전으로 되돌리려 노력한다.




이 세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공통적으로 들었던 생각이, 건물주니까 이런 일이 가능한게 아닐까 였다.

건물을 임대해주고 월세를 받으며 그걸로 생활이 가능하고, 크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자위하고 있었다.

과연, 나는 돈이 많아도 그들처럼 베풀 수 있을까?


예전에, 결혼 전부터 없는 돈이었지만 조금씩 후원을 했다.

1년이 되고, 3년이 되고, 5년이 되었을 때 감사장도 받았다.

그리고 그 재단에서 비리가 터졌고 나는 후원을 끊었다.

그 재단의 후원을 끊고 다른 기부처를 찾아 후원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이 커가고 있고 어쨌든 들어갈 돈이 많아지고, 나도 늙어가니 노후 준비를 해야겠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흘려 보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조금씩 보내는 돈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었을텐데, 겨울에 내복 한 벌 사서 입힐 수 있었을텐데 하고 후회가 될 즈음 다시 후원을 시작했다.

여전히 많지 않은 돈이지만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내가 건물주가 된다면 (로또에 당첨이 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건물주가 되면 좋을까?

사실,

그런 상상만으로도 속물같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건물주가 되면 문화상품권을 잔뜩 사서 책을 마구마구 사야지.

그리고 책장 걱정없이, 미니멀 걱정없이 마구마구 꽂아야지.

참, 타락한 건물주 같으니라고.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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