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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n 18. 2024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남유하 에세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불리는 스타벅스에서 작업 중이다.

이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올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다른 볼일을 보고 이곳에 들렀는데 조용한 편은 아니다. 아이들을 동행한 부모들도 많았고 삼삼오오 친목도모 모임도 있고.

제일 인기가 없어 보이는 바 형태의 테이블에는 일하는 사람들 아니면 공부를 하는 사람들만 있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작업하기 좋았다.

 

작업하다가 읽은 책.



요즘 횡단보도에는 바닥에도 신호등이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닥을 보며 걷는 사람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p76


나는 보통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 바닥신호등을 본터라, 아이들을 위해 더 조심하란 뜻으로 설치된 줄 알았다.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이야.

언제 한 번 지하철 근처 노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역에 걸어간 적이 있다. 다들 좀비처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걸었다.

신호대기 중인 사람들이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보니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를 시청 중이었다.

신호가 바뀌어 걸어가는 중에도 엄지손가락은 계속 스크롤해 화면을 넘겼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나 뒤에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걸어간 적이 있다.




자리를 옮겼다. 정확히 말을 하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정도가 지났다.

무료추자가 된다는 다른 스타벅스를 알게 되었고 그리로 왔다.

이른 아침 시간에 도착했지만, 나만 부지런한 게 아니었구나.

8시부터 오픈해서 그런지 9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1층은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2층은 음악소리가 가득 메우고 있다. 아주 쩌렁쩌렁.

이건 수다 떠는 목소리를 숨기기 위함일까?

나쁘지 않았다.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다. 

이 에세이를 읽고 나니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호러 좋아해요."라고 말을 하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표면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어쩌면 그냥 조용히 책을 읽고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작가 역시 호러작가임에도, 나는 호러를 좋아한다고 표현을 해도 상대방은 충고한다. 

"그런 말 마세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왜? 

현재처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그 다양성을 헤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과 다르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일이 아니면 거부하는 사람들. 

그것 역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괴담이나 도시전설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몇 가지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 나열하는데 너무 자분자분 서술해서 나는 이게 더 무서웠다. 

원래 공포 영화를 잘 못 보지만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긴다. 

일단,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무서움이 덜하다. 

소리를 질러도 그렇게 창피하지 않다. 나 말고도 소리 지를 사람들은 많으니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없다면 내 비명에 사람들이 놀라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호러의 주인공들은 꼭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사건이 벌어진다. 왜 그럴까? 

궁금하니까. 주인 외에 읽지 말라는 쪽지가 자리에 있으면 그 쪽지의 내용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왜? 궁금하니까.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호기심이 없다면 사람들의 일상은 지루한 반복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호기심쟁이들, '하지 말라는 일을 굳이 하는 사라들'에 의해 발전했다. 남들이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믿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해 온 것이다. p112


이제는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다. 소리를 질러 스트레스를 풀 필요도 없고,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샤우팅을 -_-) 영화관을 즐겨 가지도 않는다. (표값이 비싸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넷플릭스도 한 몫했지요.)


작가의 말투를 좋아한다. 글을 묻어둔다는 건 내 글을 '뒷마당의 시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던가, 스포일러가 있으니 흐린 눈으로 넘어가자던가, 호러를 홍길동이라고도 한다. (호러를 호러라고 부르지 못함을 빗대어.)

글만 보면 정말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다. 온라인 북토크를 할 때 마주한 적이 있다. 귀여운 외모에 목소리마저 앳되다.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되지만 외모만 봤을 때는 로맨스, 아름다운 동화를 쓸 것만 같은(동화작가이기도 하다) 작가의 또 다른 반전의 매력을 느낀다. 


호러와 코믹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터지는 코믹요소에 웃어버리고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다시 심장이 쫄깃하게 급습해 버린다. 

양면을 가진 장르가 호러 같다. 


작가가 책 후반부에 추천 호러물을 실었다. 읽다 보면 와, 왜 이런 걸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ㅋㅋ.

세상에 읽을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하며 봐야 하는 것들을 볼까?

진짜 독특한 사람이야,라고 치부하기엔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와. 그래도 그렇지. 

(작가의 추천도서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습니다만. )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점점 추워졌다. 카페에 에어컨을 참 빵빵하게 틀어놓은 것도 있겠지만 책에 담긴 호러물이 무서워서였다. 소개하는 작품 하나하나가 이걸 만약 영화관에서 봤다면, 영상으로 봤다면, 과연 끝까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에어컨이 나오는 바로 밑 자리에 앉아서 계속해서 책을 읽은 이유는 마지막에 작가가 쓴 호러단편이 나오기 때문이다. 

호러로맨스인 <영화관의 유령>이라는 작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화관에 사는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가 곳곳에 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추위를 견뎌가며 읽은 보람이 있었다. 

팔에 닭살이 도돌도돌 돋고 털이 바짝 섰다. 

이제 정말 집에 가야겠다. 너무 춥다.











 



Non, je ne regrette 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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