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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Dec 02. 2023

문발리 헌책방 블루박스

오늘 읽은 책 : 헤르만의 비밀 여행 - 미하엘 엔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발목이 댕강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나왔더니 발목이 시리고 차에 히터를 틀어도 쉽게 데워지질 않는다. 일단은 출발하자.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헌책방에 가보기로 했다. 

그때와는 다르게 헌책방이 사라지는 속도가 가팔라져서 헌책방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주차장이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보고 가게 오픈 시간도 확인했다.


오픈런을 한 덕분에 주차장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연결된 문으로 들어가니 준비가 한창이다.

나무 기둥들 사이로 놓인 테이블 위에 책방지기가 엄선한 책들이 늘어져 있다. 빼곡히 책들로 메운 책장들 아래엔 작은 의자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얼마든지 앉아서 책을 읽어도 된다는 듯.


조금 더 안 쪽으로 들어가니 약간 높은 단상 위로 테이블들이 있었다. 일하기 편한 책상과 앉아서 쉬기 편한 소파들.


창 밖이 보이는 책상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건너편 아파트 동 배경 말고 자연의 향을 맡을 수 있는 그런 배경을 가진 창. 그 아래에서 나는 작업하기로 했다.

카페라테를 주문했더니 쿠키도 함께 나왔다. 

이 따뜻한 커피가 차가워지도록 식고 바닥이 보일 때까지 싹싹 다 마시는 동안 나는 절반의 작업을 끝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은 듯하다.


작업을 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지구본을 발견했다. 깔끔한 헌책방의 묘미. 

다른 책들을 찾다 쌓아놓은 책들이 무너질까 봐 조심조심 걸었던 어린 시절 책방의 기억. 요즘의 헌책방이 트렌드는 또 다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옛책을 찾아 나서는 재미가 있다.


오늘 읽은 책, <헤르만의 비밀 여행>.

동화수업을 받은 후로 알게 된 작가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다. 

<마법설탕 두 조각>은 워낙 유명한데 아직 읽지를 못했다. 내용만 알 뿐. 집에 있는 책장 정리를 할 때가 왔다. 어딘가에는 있을 마법설탕을 찾아야 할 듯하다. 


학교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멀다. 왕뱀이 나타나고 맨홀에서 커다란 거미가 나타나 길을 막는다. 

다들 아침에 등교하고, 출근하는 게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런 추운 겨울은 더 이불 밖이 위험하지.

불자동차가 지나가면 우리 학교로 가는 길인가, 하고 생각해 보는 것. 

내가 아닌 다른 환경에 의해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게 되는 것이라면 좀 더 유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굉장히 묘사를 잘해서 진짜, 이 아이는 언제 학교를 갈까? 갈 수는 있을까? 걱정을 했다.

결국 못 갔지만.


자신에게 관심 없을 것이라는 부모의 따뜻한 환대는 아이에게 또 다른 세상을 만끽할 수 있을 계기가 되었다. 

관심받고 싶어서 학교를 안 간 건 아니지만 고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책 속의 인물은 문제아처럼 보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돌아올 곳은 집이고, 나를 품어줄 사람들은 가족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이 빼곡함이 좋다. 더 이상 끼어들 틈이 안 보이는 책들의 경계가 좋다. 

어디서 이런 책들이 다 나타났을까 싶은 책도 있고, 정말 골고루 다 있다. 언젠가는 주인을 찾아 떠날 책들이다.

어린이용 의자인가?

벽에 붙은 시 한 편. 

종이를 불로 그을린 듯한 흔적에 반하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은 정성에 반하고.


오늘 한 작업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다. 몇몇 일행의 대화가 들리긴 했지만 방해되는 정도가 아니어서 괜찮았다. 

그 대화에 끼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하는 게 힘들었지만. 


자주 들르게 될 카페가 될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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