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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29. 2023

만차는 처음, 알라딘

오늘 읽은 책 : 이적의 단어들 - 이적

11시부터 카페를 연다. 중고서점은 그전에 열지만 카페를 이용하려면 11시는 되어야 해서 조금 늦게 출발했다. 도로엔 차가 많지 않았고 금방 서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진입을 하려는데 차단기가 열리지 않는다. 고장이 난 걸까? 대기하라는 문구가 뜬다. 센서가 문제인 건가? 뒤로 약간 차를 빼고 다시 전진을 해도 소용이 없다. 뒤에 차도 있는데. 빵! 하고 클랙슨을 울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결국 비상등을 켜고 차를 후진했다. 뒤로 빼고 나서야 보이는,


만차


뒤로 살짝 빠져야 현실이 보인다. 원래대로, 항상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더니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이곳에 오늘 온 이유는 내가 요즘 꽂힌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 시리즈 중 12권이 있어서였다. 전자책으로 구입을 하려다가 중고도서가 조금 더 저렴하길래 15권 완결 중 11권까지 모았다.

애플페이가 되는 곳인데 오늘 결제가 안되었다. 직원이 조작을 잘 못한 건지 결국 취소가 되었고 실물카드로 결제를 했다. 책들을 더 골라서 다시 결제를 하니 애플페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직원의 실수인 듯.


카페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오늘 만차인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카페 가득 앉아 있었다. 원래 있던 의자들은 없어지고 그곳에 커다란 컨테이너를 만들어서 커피를 보관하는 창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굉장히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뽑아 든 책.

이적의 [이적의 단어들]. 하얀색 표지가 예뻐 보여서 꺼냈는데 역시 이적은 언어의 마술사답게 책에 실린 글들이 예쁘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  상처 -

상처에 대한 흉터에 관한 이야기는 벽에 못을 박고 다시 못을 뽑아도 그 자리에 남은 자국은 없앨 수 없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 버금가는 에피소드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이어폰은 귀마개이자 마스크. 유해한 것들로부터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 - 이어폰-

산에서 만난 어떤 등산객도 이렇게 스피커를 켜두고 내려가는 걸 봤다. 내 귀를 내가 보호하는 수밖에. 이어폰을 껴고 세상의 유해한 것들로부터 지키자.


뒷부분으로 갈수록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제목 '서재'.

언제나 반가운 단어인 서재, 책방, 서점, 도서관.


읽지도 않으면서 그녀는 더 많은 책을 주문했다. 사방의 책장에 책을 꽂아 넣고 그 제목들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새 이야기를 위해서 책들의 배열을 바꿨고 모호한 부분이 생기면 새 책을 주문했다. 그녀는 서재를 읽고 있었다. 그 방의 이야기를. - 서재 - 


이 부분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쉰 건 내가 책을 구입하는 게 또 새로운 시각으로 비출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비우기로 해놓고 다시 책장을 채우는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그리 다정하진 않아서. 그 눈빛을 반사시키고 싶지만 생각보다 많은 책을 구입하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책들의 제목으로 책장을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좀 더 구입해 볼까? 하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면 종종 이적의 자녀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의 생각이나 표현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 읽은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박사가 쓴 책인 걸 알았을 때 역시나 교육자구나 싶었는데 그녀의 아들이 낳은 자녀들은 또 어떻게 자랄까? 궁금해진다. 

'무섭다'와 '두려움'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아이가 그런다.

"아, '무서운' 꿈을 꿀까 봐 '두려워'!"라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수 이적, 아니 작가 이적의 유머에 웃음이 절로 생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혼자 입 양끝이 올라가 있다.

역시 재밌는 사람.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성공- 


짧은 글 속에 위트가 있고 사유할 이유가 있다. 

짧은 글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30분 만에 다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 그러한 책.

갑자기 그룹 카니발의 노래가 듣고 싶다. 

이 책에 나온 '거위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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