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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26. 2023

1984? 1986 마리카페

오늘 읽은 책 : 무스키 - 전수경

오늘도 역시 부자를 야구장으로 보내고 딸과 둘이 카페를 찾았다.

2층으로 올라가 볼까? 하고 옆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갔더니 이미 와 있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서 소곤소곤 이 자리는 어때? 여기는 어때?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그래서 항상 가던 곳, 1층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귀여운 강아지도 있었는데 우리 미남이처럼 경계하지 않고 딸을 보고 반가워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다행히 딸도 그리 무서워하지 않고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처음으로 이 카페를 왔을 때 그 자리다. 

오늘은 사람도 많지 않고 작업이 잘 될 것 같다.


일요일에는 거의 항상 과제가 있었다. 수강하고 있는 과목 중 하나인 시창작 세미나는 매주 에세이를 제출해야 했고 출석순으로 내 차례가 되면 시를 한편 써서 내야 했다. 중간, 기말과제는 별도로.

에세이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피드백이 오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어떤 글을 쓰던지 작가의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으로, 또는 거리와 시간을 두고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서 현재보다는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성적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무조건 매주 써서 냈다. 오늘도 꼭 완성 지을 예정.


그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우주로 가는 계단]을 쓴 전수경 작가의 신작 동화이다. 이번에 창비스위치에서 모집한 서평단에도 당첨이 되고 퀴즈이벤트에도 당첨이 돼서 2권이 내게로 올 뻔했는데 담당자에게 얘기를 한 후 한 권은 다른 분께로 가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 지인들 중 이 책을 읽고 싶어 한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벤트에 참가를 했다는 건 그만큼 이 책을 더 읽고 싶어 했던 사람들일 테니까. 


이 책은 사람들이 여름이 되면 가장 싫어하는 모스키토, 모기를 소재로 했다. 밤에 더 잘 들리는 그 위잉 소리의 범인. 왜 하필 모기를 주인공으로 했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쩌면 우리가 모기에 대해 너무 많은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완곤충이 되어 수호의 어깨 위에 올라간 모기를 상상해 보라.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 작은 모기가 위풍당당 사람의 어깨에 앉아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외계의 세상에서 날아온 무스키. 하필이면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스키터 증후군이 있는 아이에게로 왔다.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알레르기가 없어서) 하루는 딸의 방을 몽땅 엎은 날 아이의 턱에 붉은 반점처럼 오돌토돌 생긴 걸 보고 검사를 했다. 집먼지 알레르기가 9 레벨 중 5 레벨에 해당하는 걸 보고 알레르기를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스키터 증후군은 모기에게 물리면 다른 사람들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것 말고도 숨을 쉴 수 없거나 굉장히 심각한 알레르기인데 이 아이에게 무스키가 왔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잔인한 동화 아닐까 했는데 끝까지 읽다 보면 이건 내 착각이다. 누구보다 모기를 사랑하는(?) 작가 같다. 


모기를 키우게 되는 수호는 정말 반려동물처럼 무스키를 키운다. 과즙이나 식물즙 같은 걸 먹이기 위해 오이즙을 내밀지만 거부하는 무스키. 설탕물을 다시 만들어오니 날아드는 무스키. 모기인데 귀여웠다.

무스키가 수호의 이마를 물고 난 후 수호는 무스키와 감정을 교류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옆에 있게 되면 찌릿찌릿한 그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수호와 무스키 사이에 애착이 형성된 것 같다. 어쩌면 나랑 미남이와 같은 그런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인간과 모기 사이에서도 생긴 것이다. 


수호, 너 완전 모기 같았어. 멋있어.


너무 웃긴 대화였다. 

모기인 무스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 수호는 더 좋아한다.


잘 풀리는 것 같았으나 다시 무스키와 수호에게 위기가 닥친다. 자신들의 행성으로 돌아간 줄 알았지만 숲 속 측정기에 갇혀버린 무스키를 구하기 위해 수호와 친구들이 나선다. 

진짜 모기에도 착한 모기와 나쁜 모기가 있을까? 여름마다 간지럽게 하고, 윙윙 소리를 내며 잠도 못 자게 하는 모기는 빨간집모기겠지.


책을 엮은 것 같은 책배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책배를 보니 그 이미지가 여느 책들과 달랐다. 예전에 책을 직접 엮은 체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종이와 종이 사이를 뚫어 실로 묶고 풀칠을 했다. 쉽지 않은 수제 책 만들기였지만 다 만들었을 때 세상에 단 한 권이라는 생각에 또 소중히 잘 보관하고 있다. 그 모양을 이 책에서 만나다니. :)


귀여운 라테 아트. 정말 귀여워. :)

연유라테를 먼저 마시고 카페라테를 한 잔 더 시켰다. 

아유, 사장님 넘 귀여워요. :)


이제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작성해 볼까 했더니 딸이 이제 그만 가자고 한다. 일단 이 라테를 다 마시고 일어나겠다는 의지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딸의 옛날 캐릭터 그림. 


조지오웰의 책이 생각나는 카페 이름. (다음에는 그 책을 들고)

작업하기 넘 좋은 카페. 

다음 주부터는 야구를 쉴 예정인데 과연 이곳에는 언제 오게 될는지.

그럼 과제를 하러 또 오면 됩니다.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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