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백주화 - 신지명, 소녀 저격수 - 한정영
이번에 읽을 책은 역사 동화 두 편이다.
인기가 있는 분야가 아니지만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읽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창작, 장르동화가 마구마구 쏟아지는 이 시점에 역사동화는 보물 같은 존재다.
제1회 현북스 역사동화 공모전 수상작인 신지명 작가의 [찾아라, 백주화!]와 동화를 가르치고 있는 작가로도 유명한 한정영 작가의 [소녀 저격수] 두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배경이 일제강점기다.
어떻게 다른 지 들여다보자.
먼저, 현북스 역사동화공모전 제1회 수상작인 [찾아라, 백주화!]는 신지명 작가의 역사동화이다.
[내가 그릴 웹툰]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인데 이 책에 실린 단편 모두 괜찮았다.
이 작품이 가장 최근 작품인 것 같다.
2023년도에만 세 권의 책 (찾아라 백주화, 내가 그릴 웹툰, 무지개빌라 101호 효미의 방)을 발간했다.
<1919년, 귀덕>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삼일운동이 있었던 1919년과 2017년 촛불혁명이 있던 해의 시간여행 이야기다.
배경만 읽어봐도 흥미가 생긴다.
시간을 건너는 일이다. 백 년 역사가 송두리째 걸린 일이기도 하지. 시대를 넘어간다면 네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이 도장이 알려 줄 터이니,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p12
귀덕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에 글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큰 임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광화문이 있는 서울의 현재에서 다시 시작한다.
승우는 가족과 함께 주말 나들이로 덕수궁에 나왔다가 귀덕을 발견한다.
도장을 가진 귀덕은 왕인 줄 알고 따라갔으나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었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던 귀덕은 현재의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과거에서는 흐릿했던 도장에 이름이 나타나고 귀덕은 승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쩌면 평행 우주인지 뭔지 하는 과학 이론처럼, 독립이 안 된 대한민국이 드넓은 우주 어딘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는 승우가 독립 영웅으로 길이길이 이름을 남길 수도 있다. p27
승우는 귀덕을 돕기로 한다.
그리고 얄미운 동생 홍지에게 함께 귀덕이를 돕자고 한다.
그렇게 승우의 집에서 기거하며 도장에 새겨진 '백주화'를 찾기로 한다.
백주화는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람인지, 꽃인지, 사물인지 밝혀진 게 없다.
나름 이들은 백주화로 검색을 해보거나 방법을 찾는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니 백 원짜리 동전이 나와서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일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귀덕이와 비슷한 연도의 출생자를 찾기도 한다.
다행히도 요양원에서 귀덕이를 아는 순이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언니랑 함께하면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 언니는 반드시 독립이 된다는 믿음에 차 있었으니까. 작은 힘이 모이고 모이면 큰 힘이 되어 나라를 다시 일으킬 거라고 했어. 그걸 위해서라면 언니 한 몸 없어지는 것쯤 아무렇지 않다고. p56
이런 마음으로 삼일운동을 했을 것이다.
승우는 순이 할머니의 말을 듣고 가슴속 뜨거운 느낌을 받는데 나 역시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했다.
이 동화는 일제강점기와 현재의 평행세계를 그렸다.
그 배경이 삼일운동이었고, 촛불집회가 있던 몇 년 전.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 현재.
순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독립운동가 할아버지를 찾아 그 아들의 거처를 찾아간다.
유명한 독립운동가 몇몇은 알고 있었지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이들이 얼마나 독립을 위해 힘썼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름도 몰랐던 분들이 목숨 바쳐 싸웠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 한쪽이 뭉클해졌다. p67
아마 이름 없이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작은 힘이 모여서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거라는' 말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하면 1919년 독립운동한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막중한 임무를 지닌 귀덕이는 과연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작년에 발간된 책이다.
촛불집회로 정권이 바뀌었고 또다시 바뀌었다.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형태를 보아 문학적 검열이나 안 하면 다행일 정도다.
이 책이 나와서 너무 다행스럽다.
'백주화'가 어떤 것이라는 것은 결말이 알려주는 것과 같아서 여기에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승우와 귀덕이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좀 더 독립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볼 수 있던 시간이 되었다.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야겠다.
다음 작품은 한정영 작가의 [소녀 저격수]라는 신간이다.
작가는 동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내가 공부한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이 있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도 청소년 소설 강좌를 가르치고 있다.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가 되는데 성인이 읽어도 좋을, 꽤 흡입력이 높은 작품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파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속에서 살고 있는 설아는 산 짐승들을 헤치는 게 힘들다.
다친 할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물을 치긴 했지만 죽이고 싶지 않다. 그러다 갑자기 총을 겨누고 토끼를 두 마리 잡는다.
이 상황을 알 수 없고 당황스럽지만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것도 같다.
또다시 달려드는 늑대 한 마리를 향해 돌을 집어던졌다. 돌은 놈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고, 동시에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두 마리는 여전히 크르렁거리며 달려들었다. p21
이 소설은 굉장히 장면 묘사를 잘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시대적 배경은 이 작품 역시 일제 강점기다.
일본군의 잔인함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읽는 내내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독립군 부대를 돕고 있는 할아버지를 아이 앞에서 총으로 쐈다. 일본군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냥 총구를 겨눴다. 잔인한 민족.
총을 쏠 때는 바람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몸으로, 네 손가락 끝으로 느껴라. 멀리 날아가는 총알은 미세한 바람에도 영향을 받는다. p84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일까?
총을 겨눌 때마다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참 잔인한 민족임이 틀림없는 일본. 그 나라의 침략으로 많은 핍박을 받았던 조선 백성들.
그 틈 속에 소녀가 일본군을 향해 저격한다.
흰색 가운을 입은 사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팔과 다리에, 그리고 뒷머리에 주사를 놓았다. 몸에 경련이 일어나서 몸이 제멋대로 떨었다. 설아의 온몸 곳곳에 가느다란 선을 연결했다. p163
일본의 잔인성을 드러낸 733부대에서 만들어진 조나단.
설아가 나비를 보고 또 다른 기억을 떠오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독립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는 문장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시 설아는 조선인의 삶을 살아갔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림 하나 없는 청소년 소설이다.
글밥이 제법 되는 작품이지만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고 빠져들어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일본 침략에 의해 서러운 나날을 보냈던 그 시절이 배경이다.
독립투사, 그분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멧돼지를 향해 총구를 겨눌 순 없지만,
흰 줄기 붉은 꽃을 들고 다 같이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