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친구 차지하기 대작전 - 심윤경, 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 김지원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친구이다.
일찍이라면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친구 만들기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더 길게 본다면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까지 친구 만들기는 계속된다.
그래서 가져온 책 두 권은 모두 친구를 사귀는 것과 관련된 동화책이다.
소설가로도 유명한 심윤경작가의 [단짝 친구 차지하기 대작전]과 한솔수복 선생님 동화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김지원 작가의 [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이다.
둘 다 최애 친구, 단짝, 베프를 만들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동화다.
두 동화는 삽화그림도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내용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먼저 [단짝 친구 차지하기 대작전]는 소설가 심윤경의 동화다.
동화가 먼저인지, 소설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라는 에세이를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의 작가다.
동화책을 펼쳐보면 저학년동화라 그런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캐릭터마다 굉장히 독특함을 드러내고 있다.
소개란을 보면 각자 친하고 싶은 아이들이 중복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소개란이다.
지수와 은지는 서로 좋아하는 단짝이다.
이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반에 새 친구 박호수가 전학 온다.
호수와 셋이서 밥을 먹다가 지수와 같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지수와 호수가 건네준 샐러드를 꾸역꾸역 먹는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것을 알게 된 지수와 호수는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사이에서 은지는 심통이 난다.
나는 또 화가 났다. 김지수와 나는 단짝 친구인데 헤어져야 하고, 오늘 새로 전학 온 박호수는 계속 김지수와 함께 간다니 이건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p36
아이들이 서로 단짝을 차지하려고 하는 행동들이 너무 귀엽다.
호수가 지수를 차지해 버린 이후 은지가 계속 호수를 놀린다. 선생님한테 혼나기까지 한다.
은지 입장이 이해가 됐다.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던 단짝 지수가 전학 온 친구랑 손을 잡고 다니고 그 친구는 자신을 자꾸 배제시키니 얼마나 화가 나고 답답했을까?
진짜 홀수로 이루어진 그룹은 친해지기 힘든 걸까?
우리 아이도 그런 말을 했다. 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한 명이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좀 더 친한 아이 둘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한 아이가 'E'가 아닌 이상 외로울 것이라고.
은지는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먼저 사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무리 아빠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더라도 은지가 마음을 달리 먹지 않으면 관계는 개선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몇 등인지 정할 수가 없어요. 우리 식구들을 생각하면 다 좋아서 등수를 정할 수가 없거든요. p70
은지는 호수에게 사과를 하지만 일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자, 아이스크림 방법을 쓰기로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들은 뭐 때문에 화가 난 건지도 잊은 듯해 보였다.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미안해
이름 가지고 놀려서 미안해.
선생님한테 일러서 미안해. p 82
아이들은 제각각의 생각으로 사과를 하고 화를 푼다.
어른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아이들 세계에선 굉장히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다.
다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에 따라 친구들의 관계가 호전되기도 하고 더 서먹해지기도 한다.
다음 책은 제1회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이다.
초등학교 교사들 중 동화작가가 정말 많은 편이다.
정말 어떻게 동화작가가 되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막 쓴 동화가 있는 반면,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하루 일과를 함께 하고 있어서 그런지 괜찮은 작품도 많았다.
이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 동화에서도 전학 온 친구가 있다.
[단짝 친구 차지하기 대작전]과는 다르게 주인공인 소은이가 전학 와서 단짝 친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소은의 짝 동찬이는 목소리가 정말 크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동찬이 덕분에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과도 놀 수 있었다.
소은이는 스티커를 지연에게 준 덕분에 '단짝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소위 '여왕벌'같은 아이 지연과 친한 친구들의 등급도 있다.
생일파티도 '베프' 등급이 된 아이들만 초대가 된다.
여기까지 읽고 한숨이 나왔다.
현실에서는 이렇구나 싶어서. 아마 더할 수도 있겠지만.
단짝클럽에 들어가는 일도, 베프 등급이 되는 일도 모두 지연이가 허락해야 가능하다.
만약 내가 단짝클럽 베프 등급이 된다면? p33
친구 사이에는 높낮이가 있으면 불편하다.
가끔은 손해를 보기도 하고 상대가 손해를 보기도 해야 한다. 내가 선물을 주면 당연히 상대도 줘야 하는 게 맞다. 주고받고 하는 행위가 계산적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동물원으로 체험학습을 간 아이들. 지연은 소은의 물통을 멋대로 놔두고 챙기지 않고 소은이는 그 물통을 찾으러 가면서 무리에서 떨어진다.
두려움 속에서도 소은은 원래 모둠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지연이의 단짝클럽과는 거리를 둔다.
소은과 똑같이 지연이 자신도 책가방을 잃어버리자, 소은이에게 사과를 한다.
단짝클럽이 아니라도 그냥 다 같이 놀자는 아이들.
이게 원래 맞는 게 아닐까?
친구들 사이에 등급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