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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Oct 17. 2024

계간지에서 만난 동화

창비어린이 86호 [담력훈련], 어린이와 문학 188호 [핫팩]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고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 등록을 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심지어 강사진에 올라온 작가분들 중 몇 분을 빼고는 잘 몰랐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했을 때 "작가님의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문우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수업이 다 끝날 때쯤 나도 팬이 되고픈 작가님과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작가교실을 졸업할 때 선생님들마다 권했던 것은 바로 동화 관련 계간지를 구독해서 보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SF동화가 전무후무할 때 계간지에는 SF소재의 동화들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계간지에 실린 동화 중 골라보았다.



<창비어린이>, <어린이와 문학>, <어린이 동산>, <아동문학평론>, <동화향기 동시향기>, <동화마중> 등 많은 계간지 및 월간지등이 있다. 

그중 사람들이 많이 구독하는 동화잡지 두 권을 가져왔다. 

바로 <창비어린이>와 <어린이와 문학>이다. 


<창작과 비평>으로 유명한 창비에서 어린이용 잡지로 발간되고 있는 <창비어린이> 2024년 가을호와 아동청소년문학인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잡지인 <어린이와 문학> 2024년 가을호.

이 두 잡지는 비슷한 흐름이지만 실린 작품들이 또 다른 결을 보인다. 

두 권의 잡지 중 동화를 한 편씩 골라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창비어린이> 2024년 가을호 86호에 실린 동화 중 박공열 작가의 [담력 훈련]이라는 작품을 먼저 만나보자. 

이 작가는 20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층간 소음'이라는 단어가 보여 흔하디 흔한 공룡이 살고 있다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을 했으나 읽다 보면 독특한 시선의 층간 소음을 그렸다. 


너무 조용한 아랫집에서 나온 이상한 빛을 본 후로 잠을 뒤척이게 된다. 외계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된 아이. 

밤 12시 30분이 되어 혼자 담력 훈련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익숙한 길을 걷는 것부터 시작하는 주인공은 갑자기 아래층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검은 봉투를 들고 회색 비옷을 입은 누군가가 주인공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너무 무서워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랫집 사람은 주인공을 보고 놀라고 아이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꼭대기 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도대체 아랫집사람은 꼭대기층에서 무엇을 하는 걸까? 

아이의 궁금증은 극에 달하고 그 꼭대기층으로 향한다. 


지극히 평범한(평범해 보이는) 어른이 밤에 옥상으로 올라가 식물을 심는다. 

도대체 이 사람은 정체가 뭘까? 

아이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식물 색장등이야. 맞은편에 커다란 아파트가 지어지고 햇빛이 잘 안 들잖아? 햇빛 대신에 식물을 성장시켜 줄 빛이야. 
저도 생장등 하나 주시면 안 돼요? 생장등을 쬐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은 용감하잖아요. p84


귀여운 발상이다. 하지만 사람을 성장시킬 순 없다.

그 대상은 다르지만 두려움은 누구나 갖고 있다. 

서로를 두려워했던 윗집과 아랫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오해를 풀고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떨쳤다. 

이제 동화를 쓰기 시작한 작가이니만큼 많은 응원이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작품 많이 써 주시기를 :)





다음은 <어린이와 문학> 2024년 가을호 188호에 실린 동화 중 변선아 작가의 [핫팩]이라는 작품이다. 

이 잡지는 동화 부문 등단의 문턱이 꽤 높은 잡지다. 

그나마 3회 추천에서 1회 추천으로 바뀌긴 했으나 안 뽑는 경우도 있어 실리는 작품들을 보면 꽤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동화 역시 가볍지 않다. 

엄마를 하늘로 보낸 주인공 태린이는 엄마가 있는 납골당에 간다. 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엄마와 함께 떠난 엄마 친구들의 식구들도 같이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난 엄마들이 사고로 한날한시에 하늘로 간 후 처음 만나는 자리다. 

하늘로 보낸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유골을 한 곳에 두기로 했다. 

아빠들끼리 관리사무실로 간 후 태린은 혼자 손가락을 빨고 있는 민석과 마주한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각자의 슬픔을 각자의 방식대로 달래주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앵무새를 키우고 싶다는 내게 엄마는 다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파란 깃털의 아름다운 새. 


여행을 주도했던 서정이모의 딸 정아언니가 꿈속에서 새를 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새들이 엄마와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자 태린이는 화가 난다. 

자신의 엄마가 한 번도 꿈에 나온 적이 없어서였다.

아이가 화를 내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엄마, 작년 이후 한 번도 입에 담아 보지 못했던 말이다. 


태린이 울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자 우진오빠가 와서 운전을 한 너희 엄마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나 때문이다. 엄마가 졸음운전을 했던 것, 그래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 이 모든 게 나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 친구들의 식구를 다시 만나는 게 두렵고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p82


달아나 울기 시작하는 태린이를 정아언니가 따라와 달랜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쐬어주자고 말한다. 그리고 서로 호호 불어주기도 하자고. 

이 동화는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만난 아이들의 슬픔을 담은 것에 더해, 그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잘 담은 작품이었다. 


손가락을 빠는 민석이에게 태린이는 핫팩을 건넨다. 

두 손으로 핫팩을 쥐고 가슴으로 안아 든 모습을 그리니 참 따뜻해졌다. 





잡지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양질의 글들이 더 많이 실릴 것이고 더 많은 작가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이름 있는 작가들의 글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구입한다. 

정말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묻히는 동화들이 참 많다. 

계간지에서 좀 더 발굴해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중에 발간되고 있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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