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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Sep 20. 2023

아이가 여기는 스쿨존이라고 말했다

스쿨존에서는 천천히

오늘은 출근은 안 하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해서 태워다 주마했다. 큰 아이는 친구들이랑 만나서 등교하는데 걸어가면 딱 맞는 시간이라 그냥 걸어가기로 하고 둘째는 얼씨구나 하고 차에 올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확실히 거리에 차가 많아졌다. 다들 차를 끌고 출근을 하려나 보다. 막히겠군.

막히는 거리를 바라보다 조금 기다리니 신호가 바뀌고 스쿨존에 진입했다. 

내비게이션에서 띵띵 소리가 나서 보면 32km의 속도로 운행 중이었는데 둘째가 갑자기 스쿨존 이야기를 한다.


- 엄마, 스쿨존에서는 최대한 천천히 운행해 주세요.

- 당연하지. 스쿨존인데

- 스쿨존에서 차가 쌩하고 가다가 아이를 팍 하고 쳤어요.

- 엥? 언제? 어제? 

- 웅, 어제 영상에서 봤어요.

- 아...


영상이라서 다행이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아차 싶었다. 그 영상 속 아이는 괜찮을까? 블랙박스 영상일 것이다. 그 영상을 학교에서 교육을 한 걸까? 유튜브에서 쇼츠라고 하는 곳에서 본 것일 수도 있다. 

그 영상이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말로만 들어도 놀라운데 영상으로 보면 더 할 수도 있고. 


아이를 내려주고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림과 동시에 신호위반,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 삼거리에 다다랐다. 최대한 천천히, 횡단보도와 신호가 있지만 어디에서 뛰쳐나올지 모르는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있어 미처 못 보더라도 피할 수 있게 최대한 천천히.


좌회전을 하고 두 아파트가 마주하고 있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우산을 쓴 두 여자아이들이 서 있다.

그냥 서서 기다렸다. 언젠가는 내 차를 보고 건너겠지, 다른 차들도 내 차 때문에 잠시 멈추겠지.

두 아이들은 내 차를 보고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쯤 다다랐을 때 한 아이가, 오렌지 모양을 한 우산을 쓴 아이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와, 운전을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 커뮤니티에서 이런 아이도 있어요 하고 올라왔던 그 영상 속에 아이가 내 눈앞에서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나와 아이들은 했어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인사.

아, 이게 엄마미소구나. ^________^


아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렸다. 내 뒤에 오던 차도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멈췄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인도로 올라가는 것까지 확인 후 서서히 액셀을 밟았다. 밟아도 신호는 아직 빨간 불이었고 멈춰서 다른 횡단보도를 봤다. 많은 아이들이 등교를 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 평상시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낯설다. 각자의 사정이 있어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일 것이고 다양한 표정이 있겠지.


오늘 멋진 아침을 선물해 준 그 오렌지 아이에게 감사한다. 그 고개 숙이던 모습을 뇌리에 간직하고 오늘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고마워요, 꼬마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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