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설 Oct 04. 2022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의 진실

열 번째 단짠레터

단짠레터가 벌써 열 번째를 맞았네요. 꾸준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글이 쌓이니 조금은 뿌듯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려요.


사람은 안 변해 진짜?


러분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의하시나요? 저는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던 시절 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대단한 신념처럼 굳게 믿고 있었어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바꿔 쓸 수 없다는 진리의 수호자였습니다. 애초에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더 그랬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분명 변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저는 정말 회피형의 바이블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어도 풀려하지 않고 어느 순간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말다툼하기 싫어 문제가 있어도 모른 척해버리곤 했었어요. 감정 소모, 시간 낭비하기 싫다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 안 맞는 사람이라 여기면 친구든, 연인이든 미련 없이 뒤돌아섰고, 그 상황에 대해서도 모두 회피했었습니다. 사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제가 먼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버린 거죠.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성향은 저를 미성숙한 사람으로 만들 뿐 독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나와는 다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상사든, 동료든 말이죠. 회사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협업하는 집단이기에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이 맞지 않아도 부딪혀야 합니다. 상급자와 하급자, 결정권자와 피결정권자가 뚜렷이 나누어진 집단에서 절대 혼자 일할 수 없으니까요.


입사 초기 한 프로젝트의 담당자로 일했을 때 팀원들과 업무 스타일, 방향이 너무 달라 애를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정말 괴로웠죠.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매일 밤 기획서를 고치면서 자연스레 깨달았습니다. 피곤하다고 회피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요.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섞거나 기분이 태도가 되는 건 아마추어라는 것도. 인정 욕구가 커지자 오랜 친구 같던 회피형의 제 모습도 조금씩 사그라들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회피형에서 벗어난 사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저는 점차 변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보다도 더한 회피형의 애인을 만나면서 개선되었어요. 그 친구에게서 지난날의 제 모습이 잘 보였거든요.


속마음 숨기기

갈등이 생겼을 때 극단적으로 이별 생각하기

대화 회피

자기 방어적인 표현

관계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하나하나 직접 겪어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대화를 시도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차단과 회피, 혼자 결론지어버리는 태도였기에. 처음 다투던 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이별을 고했어요.


"어차피 사람은 안 변해. 똑같을 거라고."


그때 느꼈습니다. '정말 무책임한 말이었구나. 개선의 여지조차 생각 않고 단숨에 포기해버리다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마저 뺏어버리네. 아, 상대방에게 감당해야 할 감정의 짐을 그냥 넘겨버리는 거였구나. 나는 대체 어떤 관계를 맺어왔던 거지?'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그건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의 변명이야."


그렇게 반성했습니다. 앞으로 쉽게 생각하지 않겠다고요. 직면하고 해결했을 때 더욱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저 또한 아직 완전히 회피형에서 벗어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의 저는 다른 점을 존중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연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요. 확실히 마음을 고쳐먹으니 이전보다 제 인간관계가 풍성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누구보다 폐쇄적이었던 제가 천천히 인간적인 매력을 알아가며,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가치 있음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할 수 있다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기회마저 주지 않는 건 불공평해요. 각성할 수 있는 특정한 계기가 갑자기 생길 수도 있겠죠. 우리의 인생은 기니까요. 분명 사람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절대 솔직할 수 없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