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결같이 촌스러운 사람이었다. 초등학생이나 입을 법한 말도 안 되는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밑창이 다 떨어진 운동화를 슬리퍼처럼 직직 끌던 남자. 옛날 노래는 어찌나 좋아하는지 노래방에 가면 90년대 발라드를 그렇게 불러댔다. 22살의 나는 너무나도 꾸밈없는 모습의 그가 참 별로였다. 촌스러운 게 뭐 자랑이라고 숨기지도 않고 대놓고 티 내는 게 웃겼다.
사랑 방식도 어설펐다. 처음 함께하는 내 생일에는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해온 게 없었다. 데이트 코스도 내가, 식당도 내가 다 알아본 곳에 가기만 했다. 꽃다발 하나 없이 빈 손으로 온 성의 없는 모습에 내가 울어버리자 눈치만 보던 그 애는 그제야 미안하다며, 사실은 목걸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뭘 해줘야 될지를 몰라 같이 가서 고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얘기하면 될 것이지. 여자 마음 하나 모르던 답답한 사람.
군대에 가서는 답장 없는 손 편지를 꼬박꼬박 보내고, 하루 한 번 할 수 있던 전화도 질리지 않는지 매일 걸었다. 전화를 안 받는 날이면 잔뜩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겨놨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말에 세 시간 거리의 우리 집까지 와 문 앞에 햄버거를 몰래 걸어놓고 가거나 술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갈 땐 새벽까지 나를 기다렸다. 짜증 섞인 투정에는 뭐가 좋은지 항상 허허 웃고, 화 한번 안 내고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애. 변함없는 촌스러움에 질려 내가 이별을 고하던 날도 모진 말 하나 못했던 사람.
가끔 그가 궁금하다. 아직도 그렇게 촌스러운지, 여자 친구 선물 하나 못 사서 쩔쩔매는지, 만날 때마다 격한 포옹을 하며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어주는지. 성숙하고 세련된 어른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30대의 들어선 지금 그 촌스러움이 가끔은 그립다. 그저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 바빴던 단순 무식했던, 그래서 너무 싫었던 그런 연애가.
순수함의 다른 이름, 촌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