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셋이 하나를 노래해 —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by 이제월

지복에 이르는 길은 극악하다. 만일 저곳이 지복이라면 그 아닌 모든 데가 얼마나 처참하고 처량할 것이냐. 하나 지복을 바라는 이는 그 길을 꽃길로 반길 터 기꺼이 뛰어들어 떨어져 오르겠구나. 모차르트가 저 세상을 보인다면 베토벤이 그 길을, 바흐는 그리로 가는 이의 발걸음을, 뒷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지니 이 셋은 하나를 노래한다.


— 때를 알 수 없는 메모



요사이 덜하지만 몇몇 수를 정해서 몇 대 불가사의, 몇 대 가수, 몇 대 천왕 하는 표현들이 유행했습니다. 음악사의 거장들을 두고 으뜸을 가리며 가장 자주 꼽히는 건 역시 모차르트와 베토벤, 조금 밀리지만 바흐까지도 그런 듯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들의 개성은 개성이고 주제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주제에서 개성이 파생될지언정 개성에 주제가, 그의 음악적 이상과 추구미가 종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이 주목하여 초점을 맞추는 게 다르지 같은 풍경을 그리는 거 아닐까 생각하였지요.

이 메모는 그런 생각을 표현한 것이었겠거니 합니다.


고통은 모르는 자는 이길 수 없습니다. 고통을 이기는 자들은 고통을 잘 아는 이들, 피하지 않고 견디는 이들뿐이지요.

저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기쁜 발걸음을 길의 가뿐함으로 오해하지 말고

그의 비통과 환희를 의지의 불충분이나 성취로 오해하지 말며

그의 눈부신 빛이 지상의 평화를 아랑곳 않거나 비평화에 무지하다고 오해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빈 자리를 채워 거대한 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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