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달빛독서

꽃이 있었지 — 장사익 노래 <꽃> 같이읽기

by 이제월




나에게

꽃이 있었지


어느 별

어린 왕자처럼


매일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줘야 하는

꽃 한 송이 있었지


— 장사익 노래 <꽃> 가사 전문

1집 《하늘 가는 길》(1995년 10월 발매) 수록. 양해남 시, 장사익 작곡.



있지 않다. 있었다.

꽃은 무엇인가. 무용(無用). 그러나

사랑스럽고 기쁨을 주니 유효(有效).

유령 아니면 신? 고스트(ghost).


어느 별인가. 어느 별이든.

어린 왕자이지 늙어버린 왕자

지금 느끼고 자라지 않고

되돌아보는 왕자가 아니다.

즉위하고 통치하는 왕은 더 아니다.


왕자는

매일매일 물을 주었을까.

꽃은

매일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데.

항상 바라봐줘야 하는데.

바라보았을까?


그 꽃은 꽃밭에 있지 않다.

꽃밭에 있다고 해도

구별된다.

구별하는 시선으로

그 꽃은

제가 그 꽃인 줄 알고 만다.

외롭다.

그럼 항상 바라봐주길

그 구분, 의미 부여, 존재-를 주기를

바랄 수밖에.


그러나

꽃은, 있-었다.

내가 더는 어리지 않거나

꽃이 죽어서

잃어버리었기 때문일 터.

꽃은,

많지도 않고

다만 한 송이.

다만 한 송이가 사윌 때

바라봄 속에 있었을까?


이 노래의 회한(悔恨)은

아쉬움인가, 그리움인가,

부끄러움인가, 죄의 고백인가,

아니면 변명인가.


어린 왕자는 누구인가.

이 사람은 불쌍한 사람, 홀로 남겨진 사람인가

나쁘거나 어리석은 사람, 해쳐서 혼자 남은 사람인가.

노래하는 이는 저 가수인가, 시인인가.


아니다.

이입(移入)하는 나,

노래를 듣는 나, 읽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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