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나무야

초를 켜요

by 이제월



초를 켠다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기도한다

이것이 최선이다


다른 최선들로

잇는 다리


이유 없는 폭격과

사람을 숫자로 바꾸는 전장에서


그이는, 그이는 하나하나의

셀 수 없고 합칠 수 없고 대신할 수 없는


그이들은 표정도 못 지우고

사라질 것이다


초를 끄지 마라 감히

그의 목숨은


초를 켠 동안

뉘라서 닿을 수 있겠는가


불을 켠 동안 어둠이

발 들일 수 없노라


그러나 기도가 끝나면

초를 불어 꺼야 하리


모든 것은 끝이 나고

다음 이야기에

자리를 내어주니 다만


누구의 이야기도

끝나기 전 사위지 않게


이 불을 켜는 동안

악마여, 너는 여기를

지날 수 없다




ㅡㅡㅡㅡ


사랑하는 작은 나무, 우리의 기도는

소원에 닿지 않습니다.

서로에 닿습니다.

무엇을 이루지 않고

우리 존재를 바꾸어 줍니다.


기도합시다, 희망을 거슬러

아무런 희망도 없이, 희망하며.




나무에게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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