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칼을 줄게

뭐 별 게 있겠어요

by 이제월


자자연 불구의(自自然。不具意).

그저 그러할 뿐 뜻을 갖지 않네.

스물여섯 나의 오도송은 이렇습니다. 깨달음의 노래 오도송. 무엇을 깨달았는가. 괜찮지도 않고 괜찮지 않지도 않다. 무언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사실이 아니라 나의 입장이다. 고통은 고통이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도 아니고 좋은 사람도 아니다. 좋은 사이거나 나쁜 사이거나 나와 그의 관계, 다시 말해 선택과 결정이 어우러져 서로 작용한 결과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물리적 색채와 다르게 세상만사 현상의 본질은 상호 결정이지 미리 결정된 것 본래적인 것 원자적인 것으로선 설명 할 수 없습니다. 다릅니다.


있는 것은 있을 뿐. 원인과 결과의 사슬이라는 착각을 벗어야 합니다. 물론 인과는 일어납니다. 우리가 그러기로 했으니까요. 그래서 원수를 보면 미웁지만 원수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속박된 기계 장치가 아닙니다. 관성과 습성에 매여 안달복달하는 게 자유가 아니라 뜻한 대로 나아가는 게 자유입니다. 이 자유가 없고서야 우린 뭇 짐승 중 하나일 따름이나, 이 자유를 발동하면 유일무이한 육체와 영혼의 혼례가 육화한 바, 천사도 그대를 시중들 것입니다.


우리의 생존은 타인에 의지하고, 우리의 품위는 오직 자기 소관입니다.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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