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이백일흔 번째날

나에게 자신의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268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놓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꿈을

꺼내어 보여 주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어찌하여 나는

나에게 봉사하는 사람들 앞에 서면

수줍고 부끄러워지는 것입니까?




원문⟫

I admire him who reveals his mind to me; I honour him who unveils his dreams. But why am I shy, and even a little ashamed before him who serves me?





새로 한 번역⟫

나는 그의 마음을 내게 드러내 보이는 이를 우러릅니다

그의 꿈을 감추지 않고 보이는 이를 명예롭게 여깁니다

하지만 왜 나는 조심스러울까요,

그리고 심지어 내게 봉사하는 이 앞에 서면 조금은 부끄럽기까지 할까요?




읽기글⟫

부끄러움을 줄 수 있는 만남을 갖는 사람은 복된 자입니다.

부끄러움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감정-느낌-상태이니까요.


어쩌면 당신은 콜카타나 소록도에서 그런 만남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만남에서 당신은 다른 깨달음 하나를 함께 얻을지도 모릅니다.

나 아닌 남들은 남 아닌 나라는 사실을.


우리는 어쩌다가 우연히, 인간이 자연을 제압하고 환경을 통제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 욕망을 꼬드기고 공포를 조장하여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만만하다못해 오만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말로 그런 힘을 행사하고 누리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한대도 모두 마치 자신이 그런 것처럼

덩달아 도취된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이 시절을 아름답다고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도 자기 의견을 밝히고 큰소리치는 사람, 적어도 자기 주장을 또렷하게 말하는 사람을 훌륭하다 여기고 경애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직 특별한 의견이 없거나, 아직은 자신의 비밀 속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는 일이 부끄럽거나 부족한 일일까요?

영글지도 않은 채 빌려온 생각들로 자기 이름을 달아 공표하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유능한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경청하는 사람, 응시하는 사람, 그리하여 자신이 타인에게 빚진 존재라는 것,

가없는 사랑을 온생을 통틀어 온세상, 온우주로부터 받아 왔음에

주저하고

나를 앞세우기보다 내가 포함한 전체를 고민하느라

쉽게 그토록 쉽게 무언가를 표명할 수 없는

그 부끄럼 타는 사람을, 적어도 그 순간, 어쩌면 더 긴 시간 동안 내내

그러한 사람을 만나야 하고, 되어야 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지요?


지금, 당신은 그토록 안전하다고 느끼십니까,

우리가 서로를 느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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