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삼백열두 번째날

가시관을 만드는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310

가시관을 만드는 손조차도

전혀 일하고 있지 않는 손보다 낫습니다.





원문⟫

Even the hands that make crowns of thorns are better than idle hands.





새로 한 번역⟫

가시관을 만드는 손이라도

빈둥거리는 손보다 낫습니다




읽기글⟫

꽉 찬 이가

나에게 더하거나 남에게 더하려 하지 않을 때

이 무위는 자연의 힘찬 흐름에 맞갖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내게 들어오고 내게서 나가려는 흐름을 거부하는 것이고,

내 것이 아닌 것들, 세상을 내 안에 가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의 자기와 이어지지 않아

꺽인 꽃처럼 시듭니다.

그것을 거꾸로 매달아 말리고 아름답다 바라보든

내버려 두어 썩은 뒤에 내다 버리든

그것은 사라집니다.

다른 것이 되지[화, 化] 못하고, 다른 것과 이어지지[연기, 緣起] 못하고 끊어집니다.

이 끊어짐은 인간의 도덕에 앞서 자연을 거스른 죄입니다.

인간이 정한 법을 뛰어넘어 사면하는 것이 자연의 법이라면

자연이 정한 법을 뛰어넘어 사면할 수 있는 것은 신법(神法)뿐입니다. 그나마 신이 있다면.

없다면 당신이 선악의 피안으로 건너갈 수 있는 초인[위베르멘쉬, Übermensch]일 때에만

스스로를 사면시키거나 단죄하거나 할 것입니다.

무위(無爲)는 무행(無行)이 아니라

그렇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눈을 감고도, 자신을 분리시켜 타자가 되어 타자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일 없이도

제 몸의 감각을 느끼는 방식으로

자신이 전체에 합하여서

있는 그대로, 이름붙이거나 떼어내지 않은 채로도

느끼고 압니다, 그것으로서 삽니다.

이제, 그대의 감은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은 없습니다.

밝은 눈을 가진 이여,

심판하지 않고 받아안기에 당신이 느끼는 것을 연민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 연민은

연민함의 이편도, 저편도 낮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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