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二數), 삼수(三數) 사수(四數)의 결합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시작한지 사흘밖에 안 됐지만, 독자 반응이 소수이나 일관되고 타당하다고 수긍하여 연재 방식을 변경합니다. 요일별로 다르게 진행하는 것이 혼란스럽고, 마치 여러 음식을 차린 뷔페에서 많이 먹고도 허기 진 것 같다, 한 가지 주제로 주욱 가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타로 이야기를 계속 쓰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덤.
타로 상담을 하겠습니다.
브런치에서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작업요청>하시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질문을 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셔플하고 스프레드 결과와 해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조건은 질문 혹은 사연과 나온 카드, 결과 해설을 [Spell: A Tarot Story]에 사례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익명으로 처리하고, 신원을 노출할 만한 내용은 모두 제거하겠습니다.
다시 주제를 시작합니다.
#타로 카드의 시스템. 이수(二數), 삼수(三數) 사수(四數)의 결합
타로 카드는 78장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인데, 고전 타로classic tarot와 현대 타로modern tarot를 구분짓는 웨이트 타로Waite Deck* 이후 현대의 덱들은 실험적으로 변형하는 예도 있지만, 대개는 이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78장의 타로는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rcana와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rcana로 나뉘는데, 라틴 어로 비밀을 뜻하는 아르카나라는 단어 때문에 대비밀(大秘密), 소비밀(小秘密)이라고도 쓰고 대비의(大秘義), 소비의(小秘義)라고도 씁니다. 하지만 더 자주 번역하지 않고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메이저와 마이너 두 갈래인 것 같지만, 마이너 아르카나가 다시 숫자 카드Pip card와 궁정 카드Court card로 나뉘어 있고, 둘이 의미하는 바가 상이하기 때문에 세 갈래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타로 카드 시스템이 이수(二數)보다 삼수(三數) 체계라고 보고 있으며, 이렇게 볼 때 더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너 아르카나의 두 갈래, 핍과 코트 카드는 네 개의 짝패Suits로 묶입니다. 여기에는 서양 고래의 사원소설 혹은 사대(四大)이론이 반영돼 있습니다. 으뜸인 에이스Ace부터 10Ten까지 열 장의 핍 카드가 각각 흙earth과 물water과 공기air와 불fire의 네 개 원소Four Elements를 상징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각 슈트에는 시종Page과 기사Knight, 여왕Queen, 왕King의 네 인물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핍pip은 구멍을 뜻하는 단어로 한 개 한 개의 구멍을 쌓아 열 개에 이르므로 숫자 카드라는 번역이 꼭 맞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불교에서 유위법(有爲法)이 사용하는 온(蘊: 쌓음, 쌓임. 어떤 것이 ‘있다’고 할 때, 그 있음의 양식을 다섯 가지로 가리켜 오온五蘊이라고 함) 개념이 더 어울립니다. 저는 핍카드가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 가운데 땅[地]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세상만물의 이치를 가리키는데, 그것들이 어떤 능력을 부여하고, 어떤 조건으로 제한, 작용하는지를 알려 주는 카드들입니다.
코트Court는 흔히 궁정 카드나 인물 카드로 번역, 소개하는데, 타로 카드의 정확한 유래는 한 번도 밝혀진 바 없고 온갖 신비스런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아마도 중세 어느 시기엔가 유럽 사회에 이미 널리 퍼졌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바로 그 타로 카드의 성립기, 여명의 시대에 대개의 궁성은 평민이 드나들 수 없는 안쪽 구역과 경우에 따라 평민이 드나들기도 하는 바깥쪽 구역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이 바깥 구역은 말하자면 성밖과 성안의 중간지대로서 신분과 계급이 다른 양자는 여기에서 만나 탄원하고 심판하였습니다. 이곳은 또한 사교의 장소이고, 갖가지 운동 경기가 벌어진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영어에서 코트는 의회나 법정을 뜻하기도 하고, 테니스 등 운동 특히, 귀족들이 즐기던 유래를 가진 스포츠의 경기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역동적인 코트 카드는, 그려진 인물들을 여느 사물처럼 고정해서 다루지 않고 어떤 활동과 활동의 방향성, 뒤따르는 관계의 활발한 양상들을 표상하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현대 타로에서는 사라진 옛 시대의 궁정을 답습하는 대신 새로운 상징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코트카드를 가족 카드family cards로 바꾸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인물들을 대치한다거나, 좀 더 현대의 이념을 받아들여 왕과 여왕만 다른 두 성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기사도 남녀 기사를 그리고 시종도 남녀 시종을 나누어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시종이 결국 견습을 마치고 기사가 된다고 해석해서 둘을 통합해 기사 카드만 남겨둔다거나, 더 나아가 양성으로 성을 고정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도리어 옛 관습대로 시종도 기사도 하나씩 두되, 그것이 딱히 특정 성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변화를 보이고, 여러 관계를 드러내 주는 코트 카드를 저는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 가운데 사람[人]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카드들은 사람과 사람이 일으키는 변화, 사람이 만드는 사회구조와 그 안에서의 역할, 처세를 보여 줍니다. 태도를 부여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카드들입니다.
소비의 카드들은 네 개의 수트로 나뉨으로써 각각 1부터 10까지의 핍카드와 그 위로 네 명의 인물들을 둔 줄기와 가지를 지닌 네 그루 나무처럼 이해되기도 합니다. 네 그루 나무는 각각이 카발라주의자들이 말하는 생명나무, 세피로트로도 이해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더 다루겠습니다.
두 갈래 소비의 카드들이 무엇을 뜻하든 이것들은 대비의 카드에 의해 거의 지배당합니다. 대비의 카드는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 가운데 하늘[天]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이들이야말로 비로소 위치를 부여합니다. 무엇이 무엇이다,라고 말할 때 ‘무엇인지’를 알려면 그것이 대체 ‘왜’ 그런가를 알아야 합니다. ‘왜’에 대한 답변이 대비의 카드로 나온다면, ‘무엇’에 대한 답변을 소비의 카드 중 핍카드로, ‘어떻게’에 관한 조언을 코트카드에서 얻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덱을 섞고shuffle, 펼치고spread, 뽑고draw 나면, 나오는 카드들은 무작위로 무순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미리 정한 배열법spread에 따라 각 카드는 특정 위치에서 특정 사항을 답해 주는데, 그게 앞서 말한 천지인삼재의 경우, 위치-능력-개성을 부여하는 것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충돌하여 모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생성합니다. 차차 충분히 설명할 것입니다.
다음 회부터는 타로 카드 시스템에서 메이저 아르카나, 대비의를 해설하겠습니다. 일부 덱들은 메이저 아르카나가 전부이고 마이너 아르카나는 사족이라고 여겨 소비의는 싹 빼고 대비의만으로 덱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중요도가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장으로 치자면 대비의가 필수성분에 해당하고 소비의가 부속성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보일드한 문장을 즐기는 분이라면 대비의만으로 해설하는 것을 매력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풍성한 문장이 주는 즐거움도 따로 있습니다. 숲을 보는 눈과 나무를 보는 눈 모두 자유자재로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웨이트 타로는 황금새벽회의 단원 중 하나인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Arthur Edward Waite 경이 디자인하고 역시 황금새벽회원인 파멜라 콜먼 스미스Pamela Colman Smith가 실제로 그린 덱으로, 1909년에 [타로 카드의 그림열쇠Pictorial Key To Tarot]라는 책에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과 마이너 아르카나 56장 도합 78장의 타로 카드 전체의 그림과 해설을 담은 최초의 책에서 제안되고 소개됨으로써 이후 타로 카드의 확산과 표준화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