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과 침묵
#날개
타로 카드의 메이저 아르카나 스물두 장 가운데, 물론 덱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날개가 그려진 카드는 세 장 정도입니다. 첫 등장은 여섯 번째 메이저 <연인들The Lovers>. 이 카드에서는 남녀 두 인물 사이 머리 위 자리에 날개 단 천사가 등장해 화살을 들고 두 사람과 더불어 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음 등장은 이 카드, 열네 번째 아르카나 <절제Temperance>이고 세 번째 등장은 스물한 번째 메이저 아르카나인 <심판Judgement>입니다. 연인들 카드와 심판 카드는 도상의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닮은꼴입니다. 하계에 놓인 양자와 천상계에 놓인 단독자. 이 셋이 어울려 삼각형을 그려 보입니다. 삼각형이란 최초의 도형, 꼭지점과 변과 각이 만드는 최초의 ‘닫힌 계’. 최초의 완결. 곧 연인들과 심판 카드는 자체 완결된 신비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강력하고, 닫혔지만 열린 계를 이루는 게 바로 절제 아르카나입니다. 그리고 절제 아르카나에서 날개는, 중심인물 자신에게 돋아나 있습니다. 관계 속 일부가 날개 단 존재인 것이 아니라 자신 또는 전부가 날개를 단 것입니다. 그는 다른 어디도 바라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거나 자기가 하는 일, 움직이는 자기 손을 바라볼 뿐입니다. 대개의 도상은 전통을 따라 날개 단 인물, 천사가 두 개의 잔에 담긴 액체를 섞는 장면을 그려 보입니다. 액체가 무엇인가는 차치하고 액체가 두 잔 사이를 오가는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과연 날개를 단 존재답게, 비현실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액체는 아래로 쏟아지는 대신 명백히 비스듬히 또는 아예 수평으로 두 잔 사이에 이어져 흐르고 있습니다. 마르세유 덱에서는 절제 카드에 이런 격언을 달아 둡니다. “절제란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균형의 확장
전차가 보여 주는 균형은 동시적 균형입니다.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공간의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절제 카드가 보여 주는 균형은 이를 시간으로 확장합니다. 한 순간에 불가능한 것을 시간선 위에서 차츰 해결합니다. 모순을 지양하는 데 시간을 도입합니다. 시간이 물리적으로 흐른다면, 정신 안에서는 인내의 형태로, 견딤의 형태로 흐릅니다. 이 지속은 고통이자 위안이고, 희망이자 기대하지 않음이며, 의탁이자 무한하고 무구한 행위입니다. 존재를 망각한 채 행위하는 대신, 존재 자체를 행위하는 것,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것, 자기 자신에 무한히 수렴하는 집중을 통해 세상에 대해서도 정당해지는 것입니다. 균형은 확장하여 자기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서 세상을 바로잡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내 존재가 공정과 책임을 발산합니다. 절제를 가리키는 영어 temperance는 tempo 곧, 시간과 호흡을 품고 있는 단어입니다.
일부 현대의 덱들은 mediatrix나 alchemy, alchimist 같은 말들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특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말도 temperance가 품은 본질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절제 카드에 대한 해설이니만큼, 욕심을 끊고 이만 마쳐 봅니다. 와우! 그리고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