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ll: A Tarot Story. 16

무너지는 탑

by 이제월


무너지는 탑은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다. 때리는 번개가 선일까, 버티는 탑이 선일까? 여기에 하나 더 보탤 수 있다. 무심하고 똑같은 땅이 선일까?

마르세유 덱처럼 어떤 덱들은 무너지는 탑(영어로 The Tower인데, 항상 ‘무너지는 탑’이라고 부른다) 아래에 감추어진 보물을 그려 넣기도 한다. 마치 진짜로 가치 있는 것은 그 안에 있다, 무너뜨리고 나면 그걸 파헤칠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결국 더 이익이다. 개이득.

아니다. 이 카드는 그런 식으로 해석해서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들과 가능한 것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는 이 카드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내려놓고(Letting go)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를(Let it be) 요구한다. 당신은 여태 힘껏 걸어왔는데, 갑자기 다 내려놓고 당신을 무너뜨리는 번개를, 거스를 수 없으니 즐기라는 식으로, 마치 합리화하라는 요구처럼 태도를 바꾸어 다가온다. 여러 카드에서 탑이 무너지는 모습과 함께 떨어지는 또는 뛰어내리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 놓고 있다. 대개 그들은 남녀 두 명으로 나타나는데, 어쨌든 내 안에 있는 한 부분은 만족하고 한 부분은 불만족하는 게 아니라 전부 만족하지 못하고, 전부 놀란다는 뜻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올 것이 왔다’는 정도의 반응, 의연함을 지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구름이 언제고 비가 되어 내린다는 건 정한 이치다. 당신이 탑을 쌓으면 그것이 무너질 줄을 알아야 한다. T. S. 엘리엍이 자신의 연작시 <네 개의 사중주>에서 “모든 집은 무너지기 위해 짓는 것”이라고 노래한 것을 기억할 일이다.


버티는 건 사는 게 아니다.

당신이 타자를 가장 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마치 타로 카드를 제대로 배우려면 매뉴얼을 통째로 외우고, 다시 그것을 싹 잊어야 하는 것처럼, 삶을 온전히 차지한 뒤, 그것을 내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라. 이미 당신은, 당신이 누비는 시공간은 당신이란 한 정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개인의 그릇이 아니라 공기(公器)가 되었다. 당신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신약성경 사도 파울로의 서한 중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 9장 22절의 구절)이 되어 주어야 한다. 한 번은 텅 비어야 당신이 진짜 무엇인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데 대한 답은 언제나 두 가지로 남는다. 예, 또는 아니요. 당신은 수락하거나 거절함으로써 자신을 끊임없이 정체하고 재구성하는데, 처음에 그것은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고, 다음 단계에서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요 태도이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신 또는 ‘세상’ 자체와 주거니 받거니 공기를 끓어올린다.


탑을 쌓아라.

부수어질 것이니.

기뻐하라.

남지 않을 것이니.

남거든 이를 슬퍼하라.



작가의 이전글Spell: A Tarot St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