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되)는 것들 (29)

축복하소서

by 이제월

저는 어린 날에 한 수녀회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박완서 작가가 <한 말씀만 하소서>를 연재하는 걸 그대로 따라 가며 읽었습니다. 한 달을 기다려 다음 글을 읽고, 또 한 달 주기를 보내며 사라지는 것, 잃는 것, 기억하는 것, 회복하는 일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날마다가 그런 작별과 만남인데 때론 기껍지만 기쁘지도 않고 아무 차비도 안 해 반갑지 않던 날들을, 하루하루 그러다가는 몇 달을 몇 해를 보낼 뻔하기도 합니다. 보여지는 세상은 영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는 세상은 내 보는 힘에 잔뜩 기대고 있습니다. 힘을 내어 밖에서 무너지는 세계를 안에서 일으키는 저항이, 나이듦에 따르는 글의 숙명, 산다는 것의 부득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축복하여 주셔요. 신이 있대도 그이의 축복은 당신 손으로만 베풀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생각하(게 되)는 것들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