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하소서
저는 어린 날에 한 수녀회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박완서 작가가 <한 말씀만 하소서>를 연재하는 걸 그대로 따라 가며 읽었습니다. 한 달을 기다려 다음 글을 읽고, 또 한 달 주기를 보내며 사라지는 것, 잃는 것, 기억하는 것, 회복하는 일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날마다가 그런 작별과 만남인데 때론 기껍지만 기쁘지도 않고 아무 차비도 안 해 반갑지 않던 날들을, 하루하루 그러다가는 몇 달을 몇 해를 보낼 뻔하기도 합니다. 보여지는 세상은 영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는 세상은 내 보는 힘에 잔뜩 기대고 있습니다. 힘을 내어 밖에서 무너지는 세계를 안에서 일으키는 저항이, 나이듦에 따르는 글의 숙명, 산다는 것의 부득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축복하여 주셔요. 신이 있대도 그이의 축복은 당신 손으로만 베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