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하이얀 아이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 혁명이나 개혁에는 Snow White를 향한 욕망이 있다.
붉고 하이얀 아이는 다른 세상이 태어나기 위해 선행하는 과제다.
만일 피처럼 붉고 눈처럼 하이얀 아이를 갖지 못할 때
피보다 붉고, 눈보다 하얘지는 끔찍한 경험을 어른들이 다 치러내야 한다. 아이는 시스템에 길들지 않은, 어른은 이미 시스템을 알고, 시스템도 그를 아는 이를 말한다.
만일 아이가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도 숲에서 그를 죽여 간을 빼다 먹으려 들지 않는다.
만일 아이가 아름답지만
피처럼 붉지가 않다면
눈처럼 희지가 않다면
아이는 돌아와
새 나라를 열 수 없다.
아이는 난쟁이에게 보답할 수 없다.
기쁨 대신 슬픔만을 줄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아름답지도 않고
아름답더라도 피처럼 붉고 눈처럼 희지 않다면
모자란 붉음과 불완전한 하이얌에
분노한 이들은
그를 살리는 대신
삼장법사를 탐하는 요괴들처럼
떼지어 달려들어
잡아 먹기라도 하려 든다.
아이가 피로 범벅이 되고
피가 빠져 하이얗게 되면
죽은 아이일지언정
기꺼이 숭앙하고 노래를 지어 부른다.
피처럼 붉고
눈처럼 하이얀 아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다.
반고의 몸에서 세상을 짓듯
새 나라는 붉고 하이얀 아이를 가져다 만드는 것이다.
당신들의 실패는 그다지 붉지 않고
그다지 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보다 붉은 게 아니라 제 피보다 붉어야 한다.
그러나 오직 제 피만큼만 붉을 수 있기 때문에
피가 그렇게 붉어야 한다. 단심(丹心).
제 피만큼 붉으려면, 만일 산 채로 그러려면
그대로 비칠 만큼 하이얘야 한다.
하여 붉고 하얀 아이만이,
당신들이 간과하고 무수히 죽여 온 무덤 속 아이들만이
희망일 수 있었다.
혁명을 꿈꾸는가?
그대의 삶이나 그대의 세상이 달랐으면 하고 바라는가.
피처럼 붉고
눈처럼 하이얀
아이를 낳아라.
기도하고 바쳐라.
이것은 올바른 방법 중 하나
옛이야기들이 간직한 세계의 비밀 중 하나
어떤 새 이야기를 내오려나.
아니라면 옛이야기라도 새로 불러라.
그보다 붉지도
그보다 희지도 않겠다면
대체 무엇하러 나를 불러
내 귀를 열려 들었나?
말을 하라.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