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되)는 것들 (27)

희망을 말하는 것

by 이제월

교사란 성직 맞다. 가엾고 고단한 성직. 누구보다 많이 어둠을 들여다 본 다음 돌아서서 괜찮다고 말해야 한다. 등 뒤로 끈적하고 서늘한 기운이 후려치고 휘감아도 안간힘을 다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희망을 찾는다. 그것은 있지만 있다기도 뭣한 실낱같은 희망.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을 피워낼 사람이 가장 그 희망을 우습게 여기고, 자기도 세상도 가볍게 여기고, 가능한 아무 행동이나 해 버리고 결코 조금만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잘못은 행위가 아니라 들킨 사건일 뿐이어서 가책은 없고 짜증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미숙, 겁없는 미숙 자체를 키워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건 아예 다 지우고 한처음 빅뱅부터 다시 기획하고 싶어지는, 독. 날마다 독을 빼앗아 마시고 해독해 내는 것이 신화 속 염제 신농을 닮았다. 그러나 제왕도 아니고 신도 아닐 뿐.


삶을 전개하고 희망하라 이르며 압살하는 모든 압력에 저항하는, 제 삶을 남의 삶을 일으키려 가루 내는, 매 순간 이것이 쓸모없고 쓰레기 취급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갈아넣고 갈아넣는. 찰나의 감사와 두터운 의심이 언제든 비아냥이나 저주로 터져 나와도 그 어둠에 미소 짓고, 이리 오라 말하는. 귀한 것이다, 소중히 여기라 말하지만 내 삶에는 가혹하고 인정 없는. 그러니 사람의 길은 아니다.


물론. 많은 이들은 그냥 산다. 적당히, 저마다의 적당한 만큼 헌신하고 보람과 자조를 뒤섞어 하루하루를 말아서 삼킨다. 그것도 갸륵하나 아직.


개똥도 먹던 사람이 선생 똥은 먹지 않는다 했다. 그 고약함에 도저히 먹을 수 없다고.


나는 스물한 살에 들은 그 말을 영영 기억할 셈이다. 이미 기억해 버린 거 그냥 그러자 한 것이다.


인간이 바뀔 때까지, 종이 진화할 때까지

희망하는 일은 거룩하지 않다면 가장 더러운 일이다. 희망을 말하는 일은 더욱, 누추하고 자주, 구역질 나는 일이다.


나는 그 일을 한다.


국가가 뭐라고 부르든 나와 또 많은 이들이 그 일을 한다. 그런 삶을 사는 그런 사람이다.


표준만 보는 사람은, 사람의 경계 밖으로 떨어지는 이들을 한 사람도 구할 수 없다. 구역질을 견디지 않고서 사람이 한 명 늘기를 바라는 건 게으르거나 멍청하거나 야비한 것이 아니라 게으르고 멍청하고 야비한 것이다.


아무튼 나는 희망을 말한다. 다 찢어서라도 희망을 찾고 너는 믿지 않는 희망을 내가 간직한다. 혹시라도, 찾을 마음이 들면 찾으러 오라.



이건 진짜 별볼일없고 보편적이고 평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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