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오랜 시간
무기력했다.
꿋꿋이 또는 꾸여꾸역 움직여
누가 당신은 힘차고
힘이 남았다 하였지만
아니다.
젖어 있고 더구나
재질은 종이
얇아 휴지였다
찢고 녹아도
두루마리를 풀며
사라져가며 버텼다.
사는 데 이르려면
버티기는 해야 한다.
사막이 싫다면
사막을 건너야 해.
가장 깊숙이
또 온통
들어가고
속이 전부 사막이 되어서도
멈추거나 늦추지 않고
바스라진 모래로라도
폭풍에 실리어
건너가서
넋이 있거나
없거나
몸을 얻거나
흩어져 아무것 아니어도
거기, 사는 자리에
선다.
스스로 주박하는
수행 언어로
무얼 하노라,
어찌 하겠다 말
하였으나
아니다.
쓰러져서야
정수리 끝이 닿는다
시작하는 곳
넘어져서야 매달려 키 닿는 데
거꾸러져서 닿았다.
흐르는 건 아직 신경
신경을 감은 육체는
오르지 못하지만
일단 닿고 흘려보낸다.
그러니까 이건
내파된 자의
생존신고이고
생환보고이며
메리 크리스마스,
운명과
세상의 비웃음에 곱게 날리는
우뚝 선 손가락이다.
기뻐하라,
동무여.
2022.12.24.
가장 하찮게 그이가 오시기
몇 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