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와
성탄의 성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제는 종교와 상관없이 새해 첫날처럼 명절 가운데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한 달쯤 전 유치원 다니는 저의 딸이 매우 진지하게 저에게 속삭였습니다.
“아빠, 내가 비밀 하나 알려 줄까?
어쩌면 산타는 없는지도 몰라.”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미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저는 동로마 파타라에서 태어나 리키아 지방 주교가 된 니케아파 그리스도교의 주교인
성 니콜라오스를 알려 주고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분처럼 차려 입고 그분처럼 선물을 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핀란드에는 아예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산타 마을을 만들고
선물을 준비하고 편지를 보낸 아이들에게 답장을 써 주기도 한다고요.
“그런데 그 산타는 그 주교님은 아니잖아.”
저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의 환상은 끝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젯밤 아이는 가구에 부딪쳐 울다가
“크리스마슨데 난 왜 이렇게 우는 거야. 산타 할아버지는 어떡하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눈물을 훔치고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면 먹을 쿠키와 음료를 챙겼습니다.
집에 고양이가 있어 잔에 두면 안 될 것 같아 팩에 든 감귤주스를 놓으려 했더니
“포도 주스! 산타할아버지는 포도주 좋아하니까 포도 주스로 하자!”
같이 차려 놓고 그제야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가 말하였습니다.
“아빠, 산타 삼촌, 산타 이모, 산타 오빠들이
아무리 해도 선물을 다 못 줄 거야.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선물을 다 줄 수 있겠어?
그래서 ‘아이고야, 힘들다’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는 벌써 하늘에 있으니까
내려와서 슥 다 나눠 주고 가지 않을까?
‘으이그, 수고들 하는구나, 허허’ 하면서 말이야.”
어쩌면 참된 일들은 모두 다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하늘의 일은 꼭 사람 손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고요.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가르침을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늘을 닮은, 하늘을 담는 마음.
아무 경계가 없어 모두가 닿은 마음자리에 가서 서면
이 마음이 저 마음, 이 마음 저 마음 같은 한 마음이 그 마음 아닐까요?
저희 집에는 산타가 찾아왔습니다.
자본주의와 상술이 오물을 끼얹어도 그런 것에 아랑곳없고 깨끗한 산타가
수염 단 변장술 따위 없어도 되는
어린아이 모습으로
벌써 일년 내내 ‘울면 안 돼’ 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곁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눈을 뜨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산타이십니다.
내가 자조(自助)하면
하늘이 보조(補助)합니다.
내 힘은 부치지만
하늘이 기워 갚을 것입니다.
참된 일들에서는요.
당신에게 산타는
오늘 어떤 모습으로 반려하고 있는가요?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2022년 동지 / 성탄절을 보내며
배움길에 벗하여 제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