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글쓰기_면담

운동화와 방에 대하여

by 이제월



그게 도대체 왜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자꾸 이야기하라니까 들려드리지요. 사실 그렇게 재미난 이야긴 아니예요. 동수는 항상 그랬거든요. 문을 벌컥 열고는 내가 왔다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교실을 둘러 봐요. 그리고는 으레 재민이나 영철 옆에 가서 히죽거리고 턱짓으로 뒷자리에 빈 의자를 가리켜요. 이미 재민이 아니면 영철이가 심부름 보낸 뒤지요. 그럼 동수는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를 흔들며 다가가서 빈 의자에 걸친 가방을 열고 뒤집어요. 쏟아진 것들을, 벌써 몇 번이나 보아서 이미 다 아는 것들을 하나씩 집어 들고 보석 감정하듯 바라보다가 마침내 지루하다는 듯 바닥에 흩뜨린 채 일어서요. 그리고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재민이나 영철과 함께 웃고, 하나둘씩 교실을 채운 아이들은 그들과 눈을 피하며 가급적 마주치지도 걸리지도 않으려고 해요. 알아요, 그것 때문에 여기 왔지요. 하지만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만날 있는 일이예요. 그런 건 어느 교실에나 있거든요. 좀 재수없긴 했죠. 그렇다고 뭐 특별히 다를 게 있나요? 어른들도 다 알면서 눈 감고 있던 거잖아요. 안 보이는 척 못 본 척 하면서 이게 다 괜찮은 거라고, 정상이고 일상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거라고 알려 줬잖아요. 그런데 이거, 계속해야 해요? 많이 해 봤어요. 안 해도 되는 거 같은데. 나보고 얘기하란 것도 웃기고, 다 안다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선, 그럼 얘기해 봐요. 당신이 뭘 다 아는지, 나보다 뭘 더 아는지. 그리고 이 고약한 안개 좀 걷어요. 이게 뭐람. 이런 면담이 어딨어요. 운동화는. 내 운동화는 어딨어요? 아이참, 집에 가야 하는데.

민우야, 다 지켜봤어. 이제 그만 하자. 벌써 석 달 전 일이야. 백일을 채우면 나도 어떻게 하지 못해. 널 돕고 싶어.

그러니까 운동화나 내 놔요.

넌 집에 갈 수 없어.

날 가둬 놓겠다는 거예요?

아니, 데려가려는 거야. 보내 주려는 거라고.

이 방은 대체 왜 문이 없어요! 문이 어딨냐고! 이런 법이 어딨어? 문도 없고 밥도 없고 다 안다면서 계속해서 얘기하래, 뭘, 뭘 더요. 아, 진짜, 나 숨도 안 쉬어. 내가 모른 줄 알아요? 근데 나 돌아갈 거라고요. 제발 보내 줘요.

탁. 여기까지입니다. 상담은 종료해야겠죠?

뭐 백일이 찼으니까. 여기 남아서 좋을 게 없지. 잊으라고 해.


— 하나도 잊지 않았다. 이번도 저번도, 저저번도.

지켜만 보던 너희도.




즉흥 글쓰기

제시어: 면담

제한: 5분, 수정 금지.

허용: 타자 입력, 즉석.


제목: (어쩌면) 운동화와 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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