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열렬한 팬이었다.
애나의 이름은 인디애나 존스에서 따온 것이다. 애나의 아빠는 이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디. 딸의 이름을 거기서 따 지었고, 남동생은 짐작하겠지만, 인디다.
인디는 불평이 많았지만 애나는 동생이 투덜거릴 때마다 건성으로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래도 동생이 “인디애나라니! 그럼 우린 인디애나 공스야?” (그렇다. 우리 남매의 성씨는 공이다.) 할 때면 가끔 “애나인디”라고 짧게 정정해 주었다.
인디는 누나가 지금 농담을 하는 건지 진지한 건지 헷갈리곤 했다. 더욱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맞장구 쳐 주는 것인지 딴지 거는 건지는 도무지 가늠이 안 됐다. 늘 똑같은 패턴인데 그때마다 말문이 막히고 이 ‘잠시 멈춤’ 다음엔 대개 화제가 바뀌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애나의 목표가 그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애나가 볼트를 조이며 물었다.
“아빤 어째서 영화가 실제 이야기를 비틀어 감췄다고 생각한 거지?”
“그러는 너는 왜 아빠 말을 믿는 거야?”
“아빠가 아니라 이걸 믿는 거야.”
인디의 손가락 끝이 지도를 가리켰다.
”그리고 과학을 믿는 거지.”
인디는 짐짓 엄숙하고 자랑스럽다는 듯 자세를 바로했다.
과학. 인디의 대학 동료가 이것저것 실험을 한 모양이다. 지도의 연대는 상당히 오래 거슬러 올라갔다. 그 시절 이런 재질에 새긴 정보가 장난이나 꾸며낸 거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대도 그게 정보의 진위를 가려 주진 않는다. 널리 퍼진 착각이나 헛소문을 옮긴 걸 수도 있다. 그렇긴해도 좀 지나치게 정밀하긴 하다.
“어쨌든,” 애나도 등을 곧게 폈다. “우린 이미 여기 왔고, 빌어먹을 고물이 고장이 났어.” 탈칵. 볼트는 조였는데 몸체 어디선가 뭐가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급한 건,” 애나는 공구를 내려놓으며 결론 내렸다. “물이겠지.”
그때 비행기 조종석에서 팔뚝만큼 굵은 뱀이 나타났다. “누가,” 애나의 말을 자르며 인디가 꽉 눌린 목소리로 외쳤다. ”누나!”
뱀. 뱀이다. 인디는 뱀이라면 질색이었다. 실은 좀 무서웠다. 애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안 좋아 보였다. 한숨을 쉬었다. “이름이 같다고 뱀도 똑같이 무서워한다고?” 이미 뱀은 목이 잡혀 축 늘어져 대롱거렸다. 애나는 휴지통에 구긴 종이를 집어던지듯 휙, 뱀을 집어던졌다. 인디와 비스듬히 비껴 선 방향인데도 인디는 그만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인디와 애나. 한쪽은 주인공의 용기를, 한쪽은 주인공의 공포를 나누어 받은 것 같다.
우웅-. 비행기가 살아났다.
“가자. 내일 찾고 오늘은 시원한 맥주나 마시자.”
애나가 외치는 소리에 인디는 모자를 눌러 쓰며 서둘러 조수석에 올라탔다. 하지(夏至)의 긴 태양이 지고 있다. 인디애나? 애나인디 공스의 비행기가 붉게 물들며 검은 선을 긋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
2023년 하지(2023.6.22.; 정확한 하지는 2023.6.21. 23:58이었다.)
제한 | 5분, 손글씨.
위반 | 2분 초과.
사유 | 그냥. 쓰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