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_방해
너는 고개를 흔들고는 웅크린 어깨 헝클어진 머리 등은 구부정한 채로 눈을 들어 눈짓으로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럴 때 네 모습은 잔뜩 젖은 개가 사방으로 몸을 털어 물을 튀기는 것 같다. 조심스러움이라거나 다른 사람 따위 안중에 없고, 너의 감각과 너의 심중만 헤아려 즉시 또 빠르게 이 상태를 벗어나려는 것이다. (탈출은 빠른데 다음 모색은 멈추었나 싶게 느리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 네가 개라면 너는 순백의 존재이지만 사람이잖아. 하마터면 목소리로 튀어나올 뻔했다. 너를 만나고 오 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지치고 배고프고 달아나고 싶다. 그런데도 멍청한 소리와 무언지 알 수 없는데 너 혼자 대답을 들었단 듯, 그럴 줄 알았단 듯 끄덕이고 다음 화제로 넘겨 버리는 기이한 몸짓들을 다 받아내고 있다.
왜일까. 네가 내는 소리는 거의 침묵에 가깝다. 말하지 않고 못 배기겠다는 게 아니라 말한다는 게 말을 가로막고 끼어드는 것처럼 싫다는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건 방해라는 단호한 눈빛이 사이사이 튀어나온다. 나는 애써 침묵하고 너는 애써 말을 한다. 고르고 골라서 피할 수 없는 말만 하고, 나는 모르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겨우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서 묻고 싶거나 따지고 싶은 걸 참는다.
잠시 후 햇살이 아이스크림을 다 녹일 때쯤 거기에 아직 찬 기가 남아 한때 이 끈적한 것이 산뜻하고 시원했다고 최후로 변론할 즈음 성당의 종들이 울릴 거다. 네가 말을 한대도 묻힐 만큼 커다랗고, 그러나 시끄럽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온몸을 씻는 함송이 뎅뎅뎅 울릴 것이다. 뎅그렁 대는 소리가 사실 일부 쨍그렁 대는 것 같은 구간이 있지만 어쩐지 그건 종소리가 아닌 종소리에 묻는 소리 같아 현장감을 더 키운다. 그 짧은 일 분 여 사이에 나는 너에게 고백할 것이다.
休
제시어 | 방해
제한 시간 | 5분
사용 시간 | 4분 18초
그밖에 | 수첩에 만년필, 초록색 잉크, KTX 505 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