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와 함께 | 욕망하지 않고 향유하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묵상(12)

by 이제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



11 당신은 아름다움이시나이다.

당신은 온화이시나이다.






✣ 묵상 ✣

‘당신’이 ‘아름다움’이시라는 것은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그런 ‘당신’이 ‘온화’이시라는 것은 더욱 좋은 소식이다.

아름다움은 욕망을 일으키고

분별을 새롭힌다.

이는 때로 좋고, 때로 나쁘다.

흔들린다는 점에서는 나쁜 때가 더 많다.

유한하다는 점에서는 더욱 더 나쁜 때가 더 많다.

한정된 재화를 두고 똑같이 욕망하여 다툴 때

더한 가치를 파괴하는 일은 고금(古今)에 낯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상(對象)을 부수는 절대(絶對)인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 아니, 아름다움에 부합하여 아름답다고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이시라는 것 즉, 당신이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는 여하한 판단이 몽땅 다 당신을 기준으로 삼고 맞춘다는 것이

반갑고 좋은 일이다.


당신이 살아계시고, 힘세시고, 지혜이시고, 겸손이시고, 인내이시니까.


당신은 벌써 아름다움이시라고 고백하였고(8절),

이때 함께 당신을 안전함이시라고, 고요이시라고 고백하였다(8절).

그런 당신에 대한 흡족한 마음을 크게 소리치고

곧이어 당신이 아름다움이시라고 또 한 차례 고백한다(11절).

이번에는 당신이 ‘온화’이시라고 함께 고백한다.


아름답고 온화하다는 것은

당신을 두고 누구와 누구도 다툴 바 없다는 것이다.

다투면 이미 당신에게서 멀어지고

당신에게 안길 수 없으므로.

당신이 아름다움이실 때

우리는 온화한 당신을 안는 것이고,

함께 안전하고

함께 고요하다.


아름다움은 욕망을 자극하여

유한한 것들을 가지고 시비(是非)하는 대신

그것들을 무한 가운데 두어

평화롭게 바라보게 하여 준다.

차라리 아름다움은 욕망을 여읜다, 여의도록 한다.


나는—우리는 처음으로

욕망하지 않고 향유한다.

헤매지 않고 곧장 도착한다.


안으려고 하는 대신

안긴다.







프란치스코의 글 출처: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엮음, 『아씨시 프란치스코와 클라라의 글』, 프란치스코출판사 펴냄, 2014년, 1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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