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름들이
오래된 이름들이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닟설고 어린 자들이
길에 서서 한참씩 귀 기울인다
차소리를 지우고
새소리를 지우고
바람도 잠자면
차츰 나무를 지나는
힘찬 수액 소리가
제 심장의 고동과
관자놀이 지나는 맥박소리가
들려온다
널뛰고 몰아쳐 펄펄 난다
어린 자는 눈으로 보고 있다
기억으로 버티고 선 집에
집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숲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들의 경청이 새 삶을 부어 일으킨다
밤에, 아이들이 뛰놀 것이다
더위를 잊고 술래를 잡는
열정으로 웃고 울고 할 것이다
그들은 아무 관심도 없이
저에게 열중할 터
관심과 무관심이 어울러
마침내 균형을 잡는 순간
이때에 옛집은 벽마다 스민
이름들을 불러
그들에게 몸을 입힐 것이다
더는 이승의 것이 아닌
만질 수 없는 몸들이
그래도 그들 떠난 뒤
한때 그들이 함께 만든 세상이
어찌 변하고 어찌 사는지
보고 듣고 나즈막히 한숨을 뱉게 해 줄 것이다
부드러운 바람이 발목을 감싸고
열기가 문득 그립고 포근한 것이다
이젠 괜찮다
집은 평범하게 낡고
숲은 전과 같이 무심하고
달은 시침을 떼고 휘엉청 밝으니
내일은 비가 오련다
촉촉히 젖어
켜켜이 누인 시간들을
하나로 빚자
그 하나를 빗자
곱게 정성 들여 땋아야지
너희를 우리와 단단히 묶어
지켜 주리라
그리고는
너희 춤에 묻어 꿈꾸어 보리라
오랜만에 길게 활개치며
꿈을
꾸어 보리라
休
— 빛고을 광주, 호랑가시나무언덕게스트하우스
— 아시아문화의전당
—여름, 숲, 언덕, 키큰 나무, 전봇대, 흰옷, 또 이런 여러 가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