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나우시카 올라 페드레 제7행성의 아무개가 보낸 사연

2020년 12월 아름다운학교 보이는 라디오(약칭. 아보라) 가상 사연

by 이제월

머나먼 우주에서


사연이 왔습니다

읽어드릴게요

그곳에도 눈이 오고

추운 밤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려 밤을 새우면


보고 싶고 궁금한 것들이

그립고 마음 걸리는 이들이

모습을 보이더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런 걸 묻는 게 바보스럽지만

우주는 모르는 것투성이고

넓디 넓은 우주 어딘가

내가 아는 세상과 닮아 있는 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이 사연이 전해질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수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채

우주 전체에 사념을 방사할 거냐며 딱하게나 귀엽게 또는

못마땅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한 장의 전단이 이곳에 뿌려졌다면

내 쪽에서 보내는 사연도

거기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도착할지

제때에 가 닿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너무 특별할 게 없다 못해

아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열일곱의 사연이 채택될지

알 수 없지만


허공에라도 손을 뻗어

누군가와 닿기를 소원하게 됩니다

철이 없대도, 별 수 없어요 마음은

혼자 있기를 바라지 않지 않아요?

어쩌면 제가 실례를 저지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는 무척 다를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이 사연은 처음부터

만약에 만약에 나와 똑같이

은하 변두리에도

슬프고 외로운 누군가가 있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길 바랄 거라는

터무니없는 희망으로 시작했으니까요

혹시 저와 많이 달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웃어도 좋으니 들어 주세요

잠깐은 저런 마음은 어떨까 상상해 주세요


당신은 바라시나요, 어딘가와는

이어져 있기를?

그렇다면

네!

저는 매일 밤 하늘로 손을 뻗어요

은하를 가로질러

아보라의 전단을 받아든 저처럼

세상 모든 소리에는 수신자가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 거기 당신

울지 말아요

내가 듣고 있으니까 잠시

잠시 눈을 감고 웃어 볼래요

알아듣지 못해도

이해할 수 없어도 나, 열심히 듣고 있을게요

그리고

당신도, 별을 우러러 들어주세요

우리 노래가

당신과 닿기를


이만 총총.


테레나우시카 올라 페드레 제7행성의 아무여도 좋은 내가

작가의 이전글사부와 함께 | 덩실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