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글쓰기 | 바지

제리 예이거의 바지에 대하여

by 이제월



제리 예이거의 바지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또 곳곳에 퍼져나갔다. 어디서나 소문을 들었고 누구든지 소문을 이야기했다. 제리 예이거의 바지. 거기 무슨 비밀이 있던가. 안다고 떠드는 놈도 모른다고 보채는 놈도 많지만 그중 진짜 사실을 말하는 녀석은 없다. 제리 예이거가 어떤 사람인가. 이 마당에 그가 저지른 기상천외한 소동을 복기하는 거나 그가 떠난 모험, 그가 감추었다는 보물 따위를 얘기하는 건 부질없다. 소문의 대부분은 거짓으로 들통났고 혹시 진실이라도 부풀려진 진실이었다. 그런데도 이즈음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뜨거워진 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그 바지를 경매에 올렸기 때문이다. 3천 달러로 시작한 입찰가는 오르고 올라서 사흘만에 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예이거의 이야기값으로는 너무 비쌌다. 나는 깊게 간여하지 않는 편이지만 마침내 토드에게 바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

“형도 궁금하구먼.”

토드는 히죽거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녀석이 고개를 젓는 게 거절의 표시는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입을 열 것이다.

“따라와.”

토드는 뭔가 신난 듯 어깨를 흔들며 걸었다.

“사진 때문이야.”

나는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사진 때문이라구. 이것 봐. 내가 찍었는데,” 랩톱을 돌려 모니터를 보자, 청바지 곳곳 헤진 부분이 살짝 붉어 보였다. 뭔가에 물들었나.

“보라구, 이거. 이거 뭔지 알아?”

토드는 눈을 크게 뜨고 입모양으로 뭐라 뭐라 말했다.

“렏…레드. 레드, 다, 뭐라고? 다이아몬드? 레드?”

나는 당장 바지를 요구했다. 토드는 바지를 내밀었다.

“이건 덤이야.”

바지 구멍에 붙은 건 다 모아서 잘해야 1캐럿 안팎일 것이다.

“21캐럿.”

동생은 벨벳 주머니를 열어 보여 주었다. 이런 미친.

우린 세상에서 가장 큰 레드 다이아몬드 원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니, 내 눈앞에 있고, 미친 동생 손 안에 들려 있다. 무사예프가 산 가격을 단순히 환산해도 8천만 달러는 훌쩍 넘을 것이다.

“저건 뭔데!”

“바지에서 나왔으니까 세상에 좀 떼어 주는 거지.”

“미친놈!”

우린 얼싸안았다. 몰래 첩보 작전 수행하듯 팔고 나면 아무도 추적할 수 없게 영영 떠야 할 거다. 쿵! 문이 열렸다.





제시어 | 바지

제한 | 5분

방법 | 직접 타자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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