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놀이의 변형)
라울은 단추를 떨어트렸다. 볼펜에 끼워 굴리다 떨구고 만 것이다. 숲에서 할 장난이 아니었다. 풀을 헤치고 찾았다 싶은 순간 퉁겨져 구덩이에 빠진 것이다. 라울은 주위를 둘러보고 암무도 없다고 생각하자 크게 숨을 들이쉬고 몸을 내던졌다. 라울이 구덩이 입구에 닿자 마자 숲의 크기가 줄어들고 라울도 구덩이도 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블랙홀의 출현에 뉴스가 온통 도배됐지만 잠깐뿐이었다. 인구 대부분은 긴급 속보조차도 보지 못한 채 한 점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건 단추뿐이었는데. 아들을 잃은 슬픔도 잠시, 라울의 부모는 관리 소홀로 신들의 윤리위원회에 소환됐다. 위원들은 급히 전당에 나타났다. “이게 몇 번째야. 애들 둔 집에는 단추를 맡기지 말자고. 자꾸 창조하려니까 조금씩 헷갈린단 말야.”
제시어 | 숲, 볼펜, 구덩이, 단추
제한 | 따로 없음. 한 문장에 하나씩 첫 네 문장에 제시어를 모두 등장시키기로 함.
(2023.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