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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Nov 22. 2023

몸과 마음

변산 적벽강을 보며



지난 여름 잠시 변산에 머물렀다.

잠깐 들렀다 간 것뿐이다.

수평의 바다와 수직의 절벽은 아름답고

비선형으로 나는 갈매기들이 펼쳐진 하늘과

흐름에 묶여 떼지어 움직이는 사람들의 선형적 움직임이 대조되었다.

아이는 오래도록 바닷가에 머물고

바다를 떠나지 않고 싶어했다.

밤이 오고 어둑해진 뒤에야 한참을 더 미적거리고 떠날 수 있었다.

유독 이런 곳에서는 마음이 날아

내가 볼 수 없는 시선과 조망을 얻는다.

절벽 위가 내려다보인다.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은 참과 거짓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고

과학도 종교도 발 디딜 데가 없다.

나는 이런 자리를 영혼의 자리라고 알아본다.

자연은 어른이고 아이여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른이 문득 아이의 눈을 갖게 해 준다.

이 찰나를 지나가게 둘 뿐 붙잡지 못하지만

기억하는 것만으로 생생하게 다시 살아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눈에 선한 풍경을

실제와는 다를 풍경을

하지만 실체에 다가가게 이끌어 줄 풍경을

어쩌지 못해 벌떡 일어나 그린다.

 

겨울이 온다는데

나는 아직 여름 바다를 서성인다.

 

내년 여름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

두고 온 것을 찾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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