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물 좀 주소 아니면 불놀이야

by 이제월


대중음악은 종종 예언적입니다. 한 명의 창작자가 가진 창조성과 천재성은 자주 집단지성과 집단의지의 산물이곤 합니다. 그래서 대중 또한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바다! 외치는 거죠.

한대수의 노래 <물 좀 주소>는 1969년 남산에서 전주도 없이 확 외쳐졌고, 우리 역사엔 처음이고 어쩌면 마지막 히피가 부른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건 청춘의 노래이며 억눌려 덜 여문 민주주의체제 속 민중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1980년 9월 제3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옥슨’80(리드기타 홍서범 작사/작곡)이 부른 <불놀이야>가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십여 년을 격하여 물을 달라고, 불을 본다고 힘껏 소리친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거기에 지치지 않는 집념도 엿보입니다.

시는 현실의 절망을, 하물며 인간 존재의 심연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작 그렇기 때문에 시가 아니라 거기서 불가능하게 날아오르기 때문에 시입니다.

시의 여하한 형식보다 중요한 건 진실을 말하는 그가 목소리를 낸다는 것입니다. 그 자체가 아름답고 숭엄합니다.


그대는 시를 쓰십시오.

우리가 산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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