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대지

바람은 불고 싶은 곳으로 붑니다(요한복음 3장 8절)

by 이제월


그리스도교의 성경은 유대교와 공유하는 경전인 구약성서와

그리스도교(처음에는 가톨릭, 다음 동방정교회와 둘, 루터 이후 프로테스탄트 교파들까지 여럿) 세계가 공유하는 신약성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신약성서는 27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핵심이 되고

이 체계의 근간이 되는 건 이견 없이 네 권의 복음서입니다.

네 개의 복음서 중 공통 내용이 많은 마태오, 마르코, 루카에 의한 복음서들을

공통된 관점을 뜻하는 말을 붙여 ‘공관복음’이라고 부르고

가장 나중에 씌어졌고, 색깔도 사뭇 다른 요한복음서가 보태져 4복음서를 이룹니다.

실은 몇몇 다른 복음서들이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정전(正典, 카논, canon) 목록에 들지 못합니다.


요한복음은 비교(秘敎), 밀교(密敎)의 느낌을 주리만치 신비롭고 사변적인 언술이 많은데

니고데모와의 대화는 그중 하나입니다.

예수는 누구든지 새로 나야 한다고 하면서

위로부터 새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습니다”(요한복음 3장 3절)라고도 하고

육으로부터 난 것은 육이고 영으로부터 난 것은 영입니다. 위로부터 새로 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놀라지 마시오”(3장 6-7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구절이


바람은 불고 싶은 곳으로 붑니다”입니다.


3장 8절 전체는 이렇습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곳으로 붑니다. 그 소리가 들리지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영으로부터 난 이는 모두 이와 같습니다.


니고데모가 되물은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물은 건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게 무어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게 누구냐고도 묻지 않습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당신은 불고 싶은 대로 부십시오.

당신은 바람입니다.

당신은 육신으로부터 나서 육신을 입고 있지만

그 육신을 당신이라고 여기는 당신은

육신도, 육신이 일으키는, 육신에서 벌어지는 현상도 아닙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좁힐 수 없는 틈이 그사이에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할수록, 심지어 합하려고 할수록

분명하게 다른 게 있습니다.

당신은, 나머지 것들과 다릅니다.


당신은 영으로부터 났고

영으로부터 난 당신은, 이렇게 감각할 수 있게 경험세계 속에 있지만 — 소리가 들리지만 —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당신이 불고 싶은 대로 불고 있다는 것.


그것은 나쁜 일도 아니고

불길한 일도 아닙니다.


당신이 무언가 불만족스럽다면, 미흡하다면

그조차도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당신이 위로부터 새로 나자면,

멍에를 벗으면 되지, 태(胎) 밖으로 나가면 되지

무얼 덧입거나 할 게 없습니다.


니고데모는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새로 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3장 4절) 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가

진실히 진실히 말하거니와”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의 영이 바람입니다. 숨결입니다.


당신이 당신이기 위해

당신이라는 것 말고 무엇이 필요하지요?

왜 당신은 자꾸만 무언가가 되려 하고

자기 자신이려 하지 않습니까?

어떤 특별한 허락이나

특별한 자격조건을 구비해야 한다는 듯 머뭇대십니까?


당신이 할 일

살아갈 길을 당신이 모른단 말입니까?


진실히 진실히 말하거니와

불고 싶은 곳으로 붑니다.

그대로 따르십시오.


다른 해방의 법을 구하지 마십시오.

해방의 법은 진작 내려졌습니다.


이 자유롭고 유쾌한 선언에

너무 많은 주석을 달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나고 싶다면

그대로 불어 가십시오.



사람들은 곧잘

쉬운 일일수록 어려워합니다.

진실히 진실히 원하지는 않는 것일까요?

진실히 진실히 믿지는 않는 것일까요?


문제는 왜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고,

'어떻게'입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아시나요?

이건 우리의 기획이 아니라

우리가 선사받은(gifted) 것입니다.


선물을 받았을 때 남는 건

어떻게 쓸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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