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 방법적 신뢰를
아멘.
중근동 사막 지대 사람들이 천막을 칠 때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붙드는 땅에 박는 기다란 막대.
쇠나 나무. 어느 쪽이든 깊게 못 박아 사막의 폭풍에도 날아가지 않고
안에 깃든 사람을 지켜줌.
아멘.
이 확신의 말은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고
사람들은 꼭 신에게 바치는 기도 말고도
서로 간에 확증할 때, 약속할 때
틀림없다는 뜻으로 “아멘”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후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 매 기도 끝마다 “아멘” 하고 외치는 걸 들으며
꼭 이루어질 것을 믿는 신앙의 고백이자
꼭 그렇게 해 주십사 바라는 간절한 탄원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담백한 아멘.
데카르트가 ‘방법적 의심’을 고안해
확실한 지식을 얻는 방법, 현대 과학과 제반 학문에 이어지는 전통
방법론의 정석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이해하는 길을 열어 줍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길을 열어 주는 건 아닙니다.
살아가는 길을 여는 것은
실행하도록,
비록 불완전한 앎에도, 심지어 무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그래서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게 한 것은
의심, 회의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그대가 ‘방법적 신뢰’를 방편으로 쓰기 바랍니다.
살아갈 길을 거쳐
시시비비, 가타부타 가리더라도
살아서
산 사람들의 자리에서
함께 살아 이야기하기를 바랍니다.
에이, 아니던데, 그거 맞잖아요 같은 대화와 타박조차.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맛보고
즐기려면
그렇게 생존의 삶이든, 존엄의 삶이든
신뢰는 불가피합니다.
그대가 방법적 신뢰에도 의지할 줄 알기 바랍니다.
의심과 신뢰 모두가 그대의 벗입니다.
아멘.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