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달빛독서

<미래 소년 코난> 같이 읽기

by 이제월

지난 2022년 9월 한 권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알렉산더 키(Alexander Key) 소설 『The Incredible Tide』가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인데, 적잖은 수가 특별한 이유로 이 책의 번역, 출간 프로젝트 모금에 참여했을 겁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1978년작 <미래 소년 코난>의 원작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코난과 라나가 나오고 홀로 남은 섬이 등장하지만, 소설과 TV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사뭇 다릅니다. 인물의 성격도 많이 수정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작품을 만들 때 원작을 풍성하게 각색한다는 점은

이제 잘 알려진 일입니다만,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으로서

이후 우리가 익숙해질 그의 인물 특성과 전개 상의 연출적 특성이 뚜렷한 단초를 보였습니다. 다른 걸 차치하더라도 <미래 소년 코난> 작품 자체가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빠진 소년들은 운동회 때면 저마다 반가로, 응원가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작품 속 소년소년는 어리지만 어린 시절의 강점은 간직하되, 약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의 약점조차 복잡한 어른의 셈법을 빼고 나면, 작품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강점으로 변모합니다.


새들과 소통하고 텔레파시를 주고 받는 라나도 인상적이고

무지막지한 힘을 지니고 특히, 굉장한 발가락 힘을 보여 주는 코난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서사를 단순히 코난이 라나를 구하는 이야기로 치환해서는 안 됩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차라리 반대라고 읽힙니다. 그리고 각색한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에서도 코난은 라나 때문에 살고, 먼 바다로 뛰쳐나갔으며, 의미와 생기를 얻습니다. 바닷속에 묶인 채 가라앉았을 때 라나가 여러 번 숨을 건네 주고 살려내는 장면은 그래서 작품의 상징적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렇다고 간단한 하이틴 로맨스물의 한쪽도 아니고, 둘이 합쳐서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서로를 살리고,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니까요.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많은 말이 쏟아져나오지만, 그래서 더 말을 아끼렵니다. 지금 보아도 신선하고 정이 가는 연출과 그림체를 지녔으니 안 보고 자란 세대라면 이 만화를 보고 아빠 세대와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가 이 작품을 보고 이야기한다면 당도한 미래, 이미 시작된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도, 그러나 이미 코난과 라나를 만났기 때문에 힘친 희망을 느끼며, 어떻게든 다음 세상을 상상해 낼 것입니다.


우리는 바깥에서 오는 구원을 바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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