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나무야

선과 후. 먼저와 나중 할 것

by 이제월



먼저 할 일이 있고 나중 할 일이 있습니다.

둘 다 할 일은 맞는데

순서가 틀려서 지나치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좌충우돌하여 불편과 피해가 속출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엉망이 된 그 자신입니다.

이런 일이 흔하다고 작은 일이 아니고

단 하나여도 큰 일이요, 심각한 일입니다.

정말로 우리가 한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른 모든 이유를 빼고서라도 소중히 여긴다면요.


먼저 할 일을 정격이라고 하고, 정격에서 벗어나는 건 일단 모두 파격입니다.

혹은 정석과 변칙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득 자기를 의식하고

아주 일찍이부터 ‘개성’을 목말라합니다.

모두가 개성을 내세우지요.

그러나 저는 여러 번

만난 지 한두 시간이 안 되어서

오랜 친구보다 더 그를 알고, 알아주고, 그가 자신을 더 잘 알게 하였습니다.

십년지기를 옆에 두고서 이렇게 나를 정확하고 많이 아는 사람,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 적 없다는 고백을 받았습니다. 그는 울고, 옆에 선 자칭 타칭 소울메이트는 그저 웃지요.

사실 저는 그 단짝 친구를 알아서 방문했다가 그의 친구를 안 것이지만

뜻하지 않아도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저는 제 본래 친구에게 오해가 없게 이야기해 주었지요.

나보다 여전히 네가 그를 더 잘 안다.

그도 곧 차이를 알 것이다.

내가 그를 안 것은 ‘사람’이라면 공유하는 것들, 당연한 이치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만 고유한 것은 나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너는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우리가 서로 아무리 다르다고 해 봐야

다른 존재들에게는 전혀 구분할 수 없는 똑같은 이들입니다.

나머지에 대한 분별지를 잊을 만큼이나 되어야 우리 서로의 차이가 커 보일 겁니다.

차이를 못 보고 식별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도

사실 우리 사이 차이는 아주 희미합니다.

인간만이 유독 차이를 도드라지게 하려고 해서 과장되게 표현하지만

이로써 자기 이해, 상호 이해를 더 저해하고 훼방놓게 됩니다.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그러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거의 전부고

나머지 아주 적은 양, 한 줌이나 될까 한 양이 다른 부분입니다.

그 일부에 집착하니까 자신의 필요도 타인의 필요도 채우지 못하고

오랜 오해의 시간 뒤에 잠깐 아주 조금 이해를 보태고 맙니다.

우선 우리는 거의 같고, 그 같은 부분은 무궁무진합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이해가 가능하고

새로운 이해와 인식은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게 하고

그것은 자신의 개성을

단순한 어긋남이 아니라

비로소 멋짐으로, 따라하고 싶거나 지켜 주고 싶어지는 멋짐으로 탈바꿈해 줍니다.


개성이 먼저냐 보편적 인간성이 먼저냐 나누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습니다.

사실 어느 한 사람도 보편성과 개성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둘이 아니라 한몸이어서 어디까지는 손이고 어디부터는 팔이다 라는 식으로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심에서 주변으로 뻗는다는 것, 점점 더 외부로 뻗어나간다는 것으로서 이 순서를 설명드립니다.

인간에 어긋난 개성은 존중받을 수 없습니다. 일탈 자체가 개성은 아니니까요. 그것은 어떤 한 개인으로 인식되는 대신 ‘비인간’으로 식별될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인간적인 개성들도 불완전합니다.

어느 한 특성이 개성이 되는 건, 마침 어제 한 친구와 나눈 면담에서 들었던 예를 끌어와 얘기하자면,

공을 던지는데 마운드에서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에 다다라야 한다,

타자 앞까지, 포수에게까지 가지도 않는 공이라면

그런 방식은 바꾸어야 하고, 체력 훈련을 더해야 한다, 그걸 자기 던지는 방식이라고 고집하면 과연 야구를 하고 싶은 건지, 공을 던지고 싶은 건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계속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대가 ‘닿기’를 바랍니다.

홀로 외떨어져 아무것도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느끼며

모든 것과 주고받으며

이어져서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그저 그대이기만 한 것은

그대를 그대로 있게 하지 못합니다.

배우고,

바꾸십시오.

갈고 닦는 것은

남다른 게 아니라

빤한 것들, 지루한 것들, 이미 아는 것들입니다.

그것들을 새삼 하십시오.

제것으로 만드세요.

그러면 놀랍지 않게도

똑같이 정한 것을 할 때조차

그대가 그대인 까닭에

유일하고 고유하게 다릅니다.

그 달라짐은

누구의 협박이나 윽박에 으깨지거나 휘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강할 때나 약할 때나

부러지지 않고 계속 자라납니다.

진짜 개성을 위하여

보편성을 탐구하고 체득하시기 바랍니다.

그 정격 후에는 그대의 모든 파격이

무너지는 건물이 아니라

한없이 멋지고 빼어난 집이 될 것입니다.

나도 살고 남도 사는.




나무에게

바람이




작가의 이전글예람이에게 | 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