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사라질 동네에서

by 이제월

비탈길 양편에서 집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이 높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정수리들 집마다 젖은 지붕 벗겨진 방수칠 냉방기 실외기며 빨랫줄이 야생 수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일어서고 바람이 자면 꺼지듯 내려앉아 한몸으로 숨쉬나 봐 말이 새어 나온다 벽 같던 집들을 주민으로 보자 굳은 몸을 풀고 숨이 울려 나온다 갈까, 다시, 섞여 걸을까 들어가 보자 곁을 주어도 좋아


— 재개발 중인 마을을 경계에 선 도서관에서 바라보며





작가의 이전글예람이에게 | 달빛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