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원리(主從原理)(로마서 6장 16절)
ᴼ 이것은 결국 무슨 뜻입니까? 우리는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으니 죄를 짓자는 거입니까?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ᴼ 어떤 이에게 종으로 자기를 내맡기면 자신이 복종하는 그의 종이 된다는 사실을 모릅니까? 그것이 죽음으로 이끄는 죄의 종이든 의로움으로 이끄는 순종의 종이든 말입니다. [중략] ᴼ 사실 죄의 종이던 때 여러분은 의로움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ᴼ 그런데 그 때 무슨 열매를 얻었습니까? 이제는 부끄러워하게 된 그런 짓들에서 말입니다. 그런 것들의 마지막 열매는 죽음입니다. ᴼ 그러나 이제 여러분은 죄에서 풀려나…[하략]
—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6장 15-16; 20-22ㄱ절.
주종원리(主從原理)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원리.
주인과 종된 자의 차이.
바늘이 실을 이끌 수는 없습니다.
길이 막힙니다.
바늘이 실이 먼저 간 자리를 통과한다면 — 애초에 실이 혼자 어딜 뚫지도 못하지만 —
그건 실이 낸 길이 아니라 다른 게 이미 찢어 놓은 길이고
어쨌건 실만 겨우 통과하여 실이 지난 자리라면
바늘이 거기를 지나려면 실이 낸 흔적을 파괴할 만큼 격렬하게
더 찢고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실은 바늘을 저와 같이 이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늘은 실이 지나게 합니다.
지나감. 통과함. 통함. [per]
실이 바늘 자리를 지나려면
잠시 바늘이 머물렀고 이제 더는 거기 있지 않은 데를
실이 뒤따라 머물고 곧 또 거기를 지나야 합니다.
실은 시차를 두고 곧,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서
바늘 안에 [in] 있는 것입니다.
바늘과 실 사이에 ‘통하여’[per]의 원리는 ‘안에’[in]의 원리와 겹치고 맞댄 채 미끄러집니다.
그리고 둘이 여전한 사실이려면
바늘과 실은 실의 어디냐에 따라 가깝고 먼 차이가 있다지만 결국 묶어서든,
애초에 한 가닥으로 엮여서든
이어져 있습니다.
함께 있습니다.
이어짐. 함께함. 이어짐. [cum]
함께-함으로써만
안에 있을 수 있고,
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와 떨어져 나로 있기 위해 함께 해야 하는 상대가
‘주’(主)입니다.
거기서 얻고, 잇고, 뻗어나가는 이가
‘종’(從)입니다.
주종원리는
통하는 것이고, 안에 있는 것과 닿아 있으며
언제나
함께-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대는 무엇과 함께합니까?
또는 누구와 함께합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가 묻는 건 나중 일입니다.
누구와, 무엇과 함께합니까?
거기서 모든 게 비롯합니다.
악행을 열심히 하면?
선행을 열심히 하면?
어찌하는지는 같았지만 결과가 다릅니다.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운동했으면?
아니면 제 목표가 뚜렷하고 즐거워하며 의욕이 넘쳐 운동했으면?
왜 그러는지 상관없습니다. 그 무엇을 같이 했으면
결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실제의 세계에서
‘무엇’이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주인 자리에 선 동안은 취향이나 경향 정도이지만, 보십시오.
주종 관계가 역전되지 않았는지.
이게 뒤집혀 그가 주요, 이가 종이 되었다면
나에게 그 무엇은 이미 ‘누구’요, 그 누구의 자기실현-이자-자기확산 또는 자기확장에
내가 동원되어 소진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이 말에 대답할 수 없을만큼 나는 다른 누구의 종이지는 않습니까?
그렇게 되어버리지 않을 거라고 확언할 수 있습니까?
그대는 누구입니까?
그대 아니라 누구가 되어 버린 저 무엇에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대신 묻지 않도록
그대는 무엇의 종도 되지 마십시오.
된다면 무한의 종이 되어
무엇이어도 주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 자유로운 상태로 들어가십시오.
사막을 지나 거기 닿기를.
거기는 어디로 점찍을 곳이 아니고
사막 아닌 전부이니.
休
*『200주년 신약성서』의 번역을 따름.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흔히 <로마서>로 불리우는 이 책은 신약의 정전(正典, canon) 목록에서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네 편의 복음서, 사도들의 행적을 전하는 사도행전에 이어지는 여섯 번째 권(券)이자, 마지막 묵시록/계시록 전까지 연속한 서간들 가운데 첫째로 배치된 권입니다. 바울(바오로, Paul the Apostle)이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히브리 이름으로 사울(Saul)이던 그는 회심하여 열렬한 그리스도교 전파자가 되었으며, 마지막에는 로마에서 순교하였습니다(공개처형당함). 기원후 약 57년경, 고린토에서 로마 교회에 보내기 위해 기록한 것으로서, 아직 방문하지 않은 그리스도교신자 공동체에 부치는 편지입니다. 로마서는 바울이 쓴 다른 어떤 서간보다도 신학적으로 체계를 갖춘, 반쯤 논문 같은 글이어서 바울/바오로의 신학을 연구하거나 다른 서간들의 행간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준거가 되고 있습니다. 바울/바오로는 사울에서 바울이 되는 자기 자신의 회심 과정을 경험한 자로서 자기가 겪은 일을 추체험(追體驗, Recollection, Anamnesis)함으로써 자신을 다시 정체하고 온전히 실현하는 한편, 다른 이들에게도 이 일의 본질과 현상을 전달하려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