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달빛독서

기억나지 않는 책들에 대하여

by 이제월



잘못 읽은 걸까?

독서에 대한 부담은 잘 읽느냐는 의문 앞에서뿐 아니라 읽은 책을 기억하지 못할 때 팽창합니다.

거두절미 대답부터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스치고 흘러지나갔대도 그게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너는 너인 것. 그렇게 읽고 지나며 그대가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인 것을 싫어하지 마십시오. (가끔 힘들 거라는 것도 압니다. 누군들 아니겠어요?)


우리는 잊힌 것들에게 감사를 전합시다.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일 들과의 만남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잊어버린 것들로 살아왔고

잊은 것들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우리를 선사하지 않았나요.

모두 웃을 수 있게

나도 울며 웃습니다.


사라지는 운명과 나 또한

잊힐 운명에 대하여.


조용히 웃어요.

이 순간을 잊고 다시, 걷도록 해요.


우리는 그 책들에 기대어

지금 내 방식의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책들에 비추어

지금 읽는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오지 않고

그냥 가지 않습니다.

한 번 온 것은 기억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건 나를 바꾸어

‘너’였던 그것들은 전부

‘나’로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녹아 형태를 알 수 없대도

이토록 분명하게 나-입니다.

나-된 것들에 경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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