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나무야

내용을 채우기

by 이제월


내용 채우기를 늦추지 마세요. 미룰 일이 아니고 미루는 새 어떤 기적이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틀리거나 어긋나 돌이키거나 갖다버릴지라도 해야 합니다.

나는 언제나 나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채로는 아닙니다. 내가 덜 찼을수록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나 내게 물들고 나를 이룹니다. 그러니 작은 선택, 나중에 고칠 선택이라도 계속 해나가세요. 쓰고 고치세요. 인생을 텅 비워 두지 마세요.


우리는 형식뿐이 아닙니다. 만일 그걸 순결하다 여긴다면 예, 우리는 더럽습니다. 무슨 색인가가 문제가 아니고 얼룩투성입니다. 이 색 저 색이 무질서하게 얽혔을 겁니다. 내가 못본다고 모두가 못 본다고 생각지 마세요. 더구나 누구든 남을 볼 때는 저를 볼 때보다 몇 단계는 수가 높아집니다.


당신은 결코 비워 있지 않으니 결정을 미루지 마세요. 머뭇거리는 새 별의별 것들이 다 내용으로 채워질 겁니다. 당신은 내용과 형식이 한 몸인 것으로서 스타일을 갖지 하나씩 따로 장만할 수 없습니다. 태어났거든요, 한덩어리로.


그러니 자라나세요. 끊임없이 진심을 다해 결정하고 자기 결정을 고치고 또 지키면서.




나무에게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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