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일흔세 번째날

그대가 진실로 글쓰기를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73

그대가 진실로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물론 신만이 그 까닭을 알지만)

반드시 지식과 기술, 그리고 마법을 갖추어야 합니다.

―언어라는 음악에 대한 지식,

―꾸밈없는 기술,

―그리고 그대의 독자를 사랑할 수 있는 마법을.



원문⟫

Should you care to write (and only the saints know why you should) you must needs have knowledge and art and magic ― the knowledge of the music of words, the art of being artless, and the magic of loving your readers.




새로 한 번역⟫

그대가 쓰기를 고려해야만 한다면 (그리고 오직 성자들만이 당신이 그래야 하는 까닭을 압니다)

그대는 반드시 지식과 기예와 마법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언어라는 음악에 대한 앎,

기교 부리지 않는 기교,

그리고 그대의 독자들을 사랑하는 마법입니다



읽기글⟫

‘성자들’을 어째서 ‘신'이라고 옮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지 말지 도무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이 ‘글쓰기를 좋아한다면’으로 바뀐 것도 뜻밖입니다.

아름다운 번역이지만 지브란이 쓴 것은 아닙니다.


지브란은 글을 쓰는 ‘운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단지 관심이나 취향, 기호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운명을 가진 이는 언어를 분절시켜 암기하고 다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음표를 찍듯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그래서 매번 무게와 탄력을 달리 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기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묵직한 울림을 따라 그저 말을 휘두르면

그것이 마음을 휘젓고 건드려 목적한 바의 울림을 일으키는 것, 그것은 결국 기교처럼 보이지만 아무런 기교도 없이 아무런 기교가 아닙니다. 그런 기술은 충분한 힘, 곧 진실함과 진실함이 다다른 진실에서 발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마법입니다. 얼마나 많은 글쓰기가 독자에 대한 증오로 이루어지는지 모릅니다. 다행입니다. 그런 글들은 책으로 묶여 나오지 않거나 오래 못 가 사라지고 말아서 우리가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책들은 대개 이 세계, 그들의 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아마도 영영 모든 시대와 모든 삶을 결단코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그것은 참 다행한 일입니다. 책들은 무엇을 표면의 주제로 삼건, 그들이 존재하는 사실 자체의 주제는 언제나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읽는 이는 쓰는 이를 뒤따라 사랑의 세례를 받습니다.


성자들이란 바로 이 앞서 쓴 이들을 말합니다. 오직 쓰는 이들만이 진정으로 ‘이해’합니다. 그대가 결코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자신이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정으로는 깨달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쓰십시오. 그대가 세운 다짐도 반드시 이 시공간 속에 또렷이 쓰십시오. 땀흘리고 필요하다면 피흘려서 쓰십시오. 그대의 눈물과 피와 땀, 그대 몸이 내뿜는 것들을 바침으로써만이 세계는 열리고, 그래서 그대는 세계를 올바로 읽게 됩니다. 그 기회를 결코 헛되이 지나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반드시 쓰십시오. 그것이 읽은 자의 숙명이며, 읽는 이가 보답해야 할 당연한 응답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연이 세운 질서에 인간의 신비를 보탭니다. 세계는 우리 앞서와 우리 뒤에 달라집니다. 바로 그러하므로 당신이 존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타인이 남긴 글이라는 거미줄 위로 달려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충분히 다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 그것을 음성이나 문자로 기록하든 말든 내면의 충동, 가슴이 외치는 바에 따라 춤추십시오. 우리의 언어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이 목적하는 바, 질서 자체입니다. 창조하는 충동, 반드시 옳을 수밖에 없는 틀림없는 그것입니다.

어째서 당신 안에 나누어야 할 바를 인색하게 또는 의심하여 붙들고 계십니까?

읽고, 쓰십시오. 읽겠습니다.

이야기합시다.



+

사랑은 완전한 여정이 아닙니다. 완전을 향한 여정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끝까지 달린다면, 달릴 곳을 다 달린다면 그것을 완전하게 하는 눈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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