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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 Jan 11. 2017

JAMIE XX - In Colour

2015년 매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일렉트로닉 앨범





"내 생각에 대중적 일렉트로닉 음악들의 상당수는 정말이지 영혼 없는 음악이다.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풍의 하우스, 이비자 풍의 음악들 말이다. 난 그 음악들에 너무 너무 질려가고 있다. 그 음악들이 차트에서 힙합을 대체하고 있다는 건 우스갯소리로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팩트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발언은 나로 하여금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포터로빈슨! 바로 그렇다. 제이미 엑스엑스 역시 양산형 EDM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뮤지션 중 한 명으로, 포터로빈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지만, 기존 일렉씬의 음악과는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겠다는 그 목표 자체는 같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음악적 동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포터 로빈슨이 보코더와 하프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그의 감수성을 짙게 표현한다면, 제이미는 둔탁한 비트, 그리고 연기 자욱한 펍을 연상케 하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음색의 소리들을 앞세워 끊임없이 침잠하는 (엠비언트 류의)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The xx 음악의 상징인 미니멀리즘이 이 음반에도 적용이 되어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현재 우리는 하이퍼리즘이 난무하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고, 모든 방면에서 과잉을 경험하고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천천히 사운드를 쌓아가며 장중함을 더하는 방식보다는 중독적인 코러스라인을 일찍 노출시키기 위한 빠른 전개가 더 선호되며, 덥스텝과 같은 자극적인 사운드, 고조되는 비트, 더 다채로운 사운드, 더 많은 악기의 차용에 열광하고 있는게 요즘 음악 트렌드가 아닌가? 하지만 제이미는 이에 분명히 역행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절제할 줄 알며, 변화 역시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준다. 그렇기에 제이미의 데뷔앨범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여기에 더할것도, 뺄것도 없는 황금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Loud Places 나 Strangers In A Room과 같은 트랙들에는 xx의 멤버들이 보컬로 참여했는데, 만약 이것이 xx 3집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나타내는 곡들이라고 한다면 나는 두팔 벌려 환영하는바이다. 그들의 1집이 제이미와 로미, 올리버심의 완벽한 균형을 유지한 음반이라면, 2집은 그 균형이 깨져 그저 텅빈 음악이 되어버렸는데, 다시금 제이미의 음악적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면 1집과 버금가는 음반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내심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xx에서 가장 중요한 멤버는 로미와 올리버심이 아닌, 뒤에서 묵묵하게 비트를 연주하는 제이미이다. 더 과장되게 말하자면, 이 밴드의 운명은 결국 그가 가른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집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제이미의 솔로음반은 xx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직 디스클로저와 루디멘탈의 신보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나온 일렉트로닉 음반 중 딱 하나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 있나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이 음반을 말할 용의가 있다. 제이미와 xx의 성공적인 행보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이 글을 쓴지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The xx의 3집 발매 소식을 들으니 조금 뭉클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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